[정명진기자의 Movie inside] 옴니버스 영화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30 10:17

수정 2014.11.07 12:48


단편영화제에서나 자주 볼 수 있던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것도 상업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손에 이끌려서다. 게다가 이런 현상이 유행인양 번지고 있었다. 감독들이 자신의 영화를 만들겠다고 네트워크를 구축한 NCN, ‘여섯개의 시선’, ‘따로 또같이…’ 등.

기자는 이러한 현상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이 영화들이 인권위원회나 SKT 등에서 자본을 받아 만들었기 때문에 ‘독립영화’ 소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섞여있었다. 특히 ‘따로 또같이…’는 컨텐츠가 부족한 모바일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14일 개봉하는 ‘여섯개의 시선’의 기자시사회와 ‘따로 또같이’의 제작발표회가 같은 날인 28일, 오후 2시와 7시에 각각 열렸다.

이 두 자리에 모두 참석한 이현승 감독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영화가 양적으로 성장해 부피가 커졌지만 영화흥행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소재 등이 한정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 영화들은 이미 제작비가 확보됐기 때문에 오히려 흥행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처음으로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상업영화를 만들 때는 제작비 회수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부담이 되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모바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영화를 상영할 수 있게됐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라 평가했다.


듣다보니 제작비의 올가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 단편 영화들을 무조건 ‘상업’적으로 치부할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돈줄을 대는 곳의 입맛에 맞춰 영화를 만드는게 아니기 때문에 꼭 상업적이라 얘기할 수 없다는 이 감독의 말에도 조금은 공감이 갔다.


어쨌든 ‘음지’에 묻혀있던 소재를 ‘양지’로 끌어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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