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경련회장단 회의서 뭘 논의했나] 정치자금제도 개선 건의키로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30 10:18

수정 2014.11.07 12:47


30일 열린 전경련 회장단회의는 시종일관 침울한 분위기였다. SK비자금 사건 등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 손길승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 사퇴를 공식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회장단회의는 또 정치자금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성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특히 정치자금 문제가 다른 기업으로 확대되고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재계는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는 부당한 정치자금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깨끗한 선거풍토와 제도개선이 선결과제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정치권이 정치제도를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9개월 만에 중도하차=지난 2월 오너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회장직에 취임한 손길승 회장은 결국 SK비자금수사로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9개월 만에 중도하차했다.
지난 9월 정례회장단회의에서 “앞으로의 거취는 회장단과 상의하겠다”며 재신임을 받기도 했으나 결국 SK비자금 수사가 확대되고 조세포탈혐의까지 추가되면서 불명예퇴진을 하게 됐다.

“수사대상에 있는 인물이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회장으로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재계 일각의 지적도 부담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단은 이날 손회장의 사퇴에 대해 “그동안 고생하셨다”며 위로를 건넸다. 일부 회장은 “정치권에서 손을 벌려 돈을 받아가놓고는 책임을 재계로 떠넘기고 있다”며 “기업 스스로 반성과 함께 더이상 기업인이 정치에 의해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될 것”이라고 격앙하기도 했다.

◇정치제도 개혁않으면 정치자금 안준다=회장단은 이날 정치자금에 기업들이 연루된데 대해 “정치자금 문제로 정치권과 기업들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된 데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회장들은 또 정치자금수사가 다른 그룹으로 확산되는 것은 침체국면에 있는 우리 경제의 회복이 더디어지고 성장잠재력이 훼손, 어려움을 장기적으로 겪을 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재계는 정치자금에 대한 수요 축소,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 제고, 정치자금의 모금과 배분제도 변경 등 정치자금 관련 제반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촉구했다.


회장단은 이같은 재계의 요구에 대해 정치권이 변화하지 않으면 일체의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력히 밝혔다. 재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법 정치자금 근절을 위해 개별기업이 정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막고 경제단체 등 제3자가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기탁받아 제공하는 방안을 비롯, 정치자금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재계는 이와함께 앞장서서 중심을 잡고 정부와 협력해 투자확대와 고용안정에 힘쓰는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다짐했다.

/ 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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