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안하무인’근로복지공단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31 10:18

수정 2014.11.07 12:47


30일 오전 10시5분,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1층.

건물을 지키고 있는 수위가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푹 찔러 넣은 채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방문자 기록부에 방문 목적지를 써넣으라고 한다. 방문자를 대하는 태도가 마치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지시하는 듯한 거만한 표정이다.

10시10분, 공단 7층 어둠침침한 홍보부. 홍보부장이 팔짱을 낀채 비정규노동자들의 숫자를 묻는 질문에 대충 얼버무린다.

“비정규직 노조원이 670여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라며 기자가 묻는다. 그러자 그는 널부러진 신문지 위에 기자의 명함을 던져 놓고 퉁명스럽게 “무슨, 그렇게 않될걸…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직원이 한장의 인쇄물을 건넨다.


그가 준 서류에는 ‘파업현황’과 ‘정규직과 비정규직 현황’에 대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비정규직 노조원은 전체 비정규직 1174명 가운데 669명으로 기록돼 있었다. 근로복지공단 3498명 중 19%나 된다.

서류에는 또 27일 오전 9시30분 현재 전체 조합원 669명 중 573명이 파업에 참가해 파업참가율이 85.65%라고 돼 있다.

홍보부장이 노조원 숫자는 물론이고 파업현황도 제대로 파악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문에서 안하무인이었던 수위의 태도에 의아해했던 기자는 홍보부장의 고압적인 태도를 보니 이해가 갔다.

홍보부장과 수위의 자세를 보아하니 일반 비정규직들이 당했을 수모가 상상이 된다. 기자도 민원인 중에 한사람임은 분명하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현장에서 몸바쳐 일하다가 재해를 당한 사람들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밝은 얼굴로 서비스에 임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공단 직원들의 얼굴에서는 친절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파업에 참가 중인 한 노조원은 “굽신거려야만 병신취급을 받아 산재처리를 받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공단을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쏟아냈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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