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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문예출판사 전병석 사장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31 10:18

수정 2014.11.07 12:47


“출판인에게 주어지는 많은 상 가운데 간행물윤리위원회 대상은 제게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팔리는’ 책보다는 ‘좋은 책’을 계속 출간하라는 독자들의 격려이기 때문이지요.”

지난 29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대상을 수상한 문예출판사 전병석 사장(66). 그는 “돈에 눈이 먼 ‘출판업자’가 아닌 좋은 책을 펴내는 ‘출판인’으로 인정받은 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인 전 사장이 출판계에 들어온 것은 지난 66년. 광복 후 변변한 교양서 한 권 없이 ‘책이 고픈’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읽을 만한 교양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고 동기를 밝혔다.

“출판사는 ‘캠퍼스 없는 문화대학’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출판사 사장은 문화대학 총장으로서의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삶에 대한 지혜와 지식을 줄 수 없는 책을 출간한다면 그것은 지식인으로서의 직무를 저버리는 일이지요.”

문예출판사가 지금까지 출간한 책은 1000여종. 그중 아직도 스테디셀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은 자그마치 500여종에 달한다.
신간 중심의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출판계의 풍토를 감안하면 문예출판사의 유통 실적은 가히 기적이라 할만하다.

‘데미안’ ‘어린왕자’ ‘갈매기의 꿈’ ‘예언자’ 등 우리나라 청소년 교양도서의 ‘기본목록’을 만들어 놓은 주인공이 전사장이다. 그는 60년대 후반, 청소년을 위한 문예교양서 출판으로 국내 단행본 시장을 선도했지만, 80년대 후반들어 출판사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판을 꺼리는 학술서와 한국 전통문화 연구서 출간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학술출판입니다. 다른 출판인들이 외면하기에 이게 ‘내 분야구나’ 하고 뛰어든 것이지요. 소위 요즘 말하는 ‘대박’은 없지만 그래도 왕창 깨지는 ‘쪽박’도 없어요. 그저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해마다 조금씩 매출은 늘어가지요.”

이렇게 해서 문예출판사는 도서목록에 ‘문학예술총서’와 함께 ‘철학사상총서’와 ‘인문사회과학총서’를 새롭게 추가하게 됐다.
‘출판계의 선비’ ‘출판계의 외곬’로 통하는 전병석 사장의 앞으로의 소원도 지극히 소박하다.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는 좋은 책을 출간해 도서목록에 이름을 올려야지요.”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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