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일까, 왠일일까’, ‘이게 웬 떡이니, 이게 왠 떡이니’, ‘웬지 불안해, 왠지 불안해…’처럼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인데 어느것이 맞는지 헷갈리는 때가 있다. 일껏 잘 쓰다가 어느날 갑자기 ‘이게 아닌데…’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기초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뿌리째 흔들리는 것이다.
‘웬’은 관형사로 ‘어찌된’, ‘어떠한’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웬 영문인지 모르겠다’, ‘웬 걱정이 그리 많으냐’, ‘이게 웬 날벼락이람’, ‘이제 곧 봄인데 웬 눈이 이렇게 내리니’, ‘골목에서 웬 사내와 마주쳤는데…’, ‘웬 놈이냐, 소리지르는 놈이…’, ‘개가 짖는 바람에 그는 웬 낯선 사람이 오는가 해서 나왔다’…처럼 활용된다.
위의 예문에서 보듯이 ‘웬’은 ‘영문, 걱정, 날벼락, 눈, 사내, 놈, 사람…’ 같은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을 구체적으로 꾸미는 구실을 한다.
‘웬걸’은 ‘웬 것을’의 준말로 의심, 의외, 부정의 뜻을 나타낸다. ‘웬걸요, 고마워하기는커녕 화만 내지 뭐예요’, ‘유식한 줄 알았는데 웬걸, 까막눈이었어요’, ‘사실을 알아보았더니 웬걸, 헛소문이었어’…처럼 활용된다.
그렇지만 ‘웬만하다’는 위의 경우와는 다르다. ‘웬’이 ‘만하다’를 꾸며주는 것이 아니라 형용사로 ‘우연만하다’의 준말이다. 형용사 ‘웬만하다’의 쓰임새를 알아보자. 첫째 정도나 형편이 표준에 가깝거나 그보다 약간 낫다는 뜻이다. ‘먹고살기가 웬만하다’, ‘그는 성격이 활달한데다 성적도 웬만한 학생이었다’, ‘벼포기가 튼실해져 웬만한 태풍에도 끄덕없이 버텼다’…처럼 쓰인다.
둘째 ‘웬만하면, 웬만한, 웬만해서는… 따위로 쓰여 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었다’, ‘그대가 젊으니 웬만하면 참게’, ‘그 여자는 코가 높아서 웬만한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 어른은 웬만해서는 역정을 내지 않는데…’처럼 활용된다. ‘웬만침하다’도 형용사로 큰사전에 올라있다.
‘왠지’는 부사로 ‘왜 그런지’의 준말이다. ‘왜 그런지→왜인지→왠지’의 형태로 줄어들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라는 뜻을 지녔다. ‘그 이야기를 듣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내는 왠지 달갑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는 오늘따라 왠지 멋있어 보였다’…처럼 쓰인다.
이제 결론을 내자, ‘웬일, 웬 떡…’처럼 ‘웬’이 체언을 꾸며줄 경우는 ‘웬’이어야 한다. ‘왜 그런지, 왜인지…’를 대신 넣어 뜻이 통하면 ‘왠지’로 쓴다. 그래도 헷갈리면 이렇게 정리하자. 관형사 ‘웬’은 숱한 명사, 대명사, 수사와 어우러지면서 다양한 표현을 연출하지만 ‘왠’은 ‘왠지’ 때만 쓴다고 외워버리자.
/ leciel98@fnnews.com 김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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