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돈이 없어야 성공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1.12 10:21

수정 2014.11.07 12:30


한 여인이 얼마 전에 필자를 찾아왔다. 30대 후반으로 수심이 깊었다. 옷차림도 초라했고 얼굴에는 주근깨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필자와 얘기하는 과정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등 왠지 불안정한 행동거지를 보였다. 한마디로 볼 것이 별로 없는 손님이었다.



그러나 눈빛은 달랐다.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생존에의 의지로 간혹 불타오르기까지 했다.

그가 필자를 찾은 것은 식당창업건 때문이었다. 살고 있던 전세방을 빼내 살림방이 딸린 15평 규모의 가게를 임차, 고기집을 차릴 것이라는 얘기를 꺼냈다. 그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막상 일을 저지르고 보니 그는 불안해진 나머지 필자에게 자문을 한 것이다.

필자의 생각부터 말하자면 그는 분명 식당을 일으킬 것이다. 언제, 얼마나 벌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그가 크게 성공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필자가 그의 성공을 단정하는 것은 오직 한가지 이유에서다. 그는 돈이 없다. 돈이 없어도 제대로(?) 없다는 것이 필자가 꼽는 이유다.

돈이 없는 대신 그는 한층 가열된 성공에의 열망과 치열한 추진력을 갖고 있었다. 식당을 일으키지 못하면 사랑하는 가족들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세포 하나하나에도 그런 각성이 들어있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또한 창업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혼자의 노력으로 일일이 처리하면서 남이 쉽게 갖추지 못한 치열한 실천력을 갖추고 있었다.

배수진의 자세와 처절한 행동력만큼 성공에 중요한 것은 없다. 성공요인을 너무 단순화한 것은 인정하지만 다른 길이 없다.

소자본창업을 비롯, 사업을 벌이는데 자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필자도 물론 그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러나 성공에의 갈망을 갖추지 못하거나 의지력이 나약한 사람에게는 자본의 힘이 전혀 발휘되지 못한다. 오히려 자본이 충분할수록 그가 망하는 프로테지가 높아진다고 보면 별무리가 없다. 풍부한 자금이 정신력과 행동력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제1브랜드에서 성공한 내로라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제2브랜드에서 흔히 깨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홍선생교육, 해리코리아 등 극히 일부기업만 제2브랜드 런칭에 성공했을 따름이다.

여기에서 놀부의 경우를 살펴보자. 놀부는 지난 87년 서울 신림동에서 5평 규모로 식당을 시작했다. 몇개월 후 식당을 12평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김순진 사장은 월세보증금 300만원을 빼내 식당에 투자했다. 아이들을 친척집에 보내고 김사장은 식당에서 24시간 일했다. 그 승부수가 맞아떨어져 오늘날 연매출 1000억원대의 놀부가 탄생했다고 사람들은 평가한다.김사장을 만나 필자가 한 말이 있다.

“15평에서 놀부를 시작했다면 오늘이 없었을 것이다. 단지 150평 규모의 커다란 식당을 운영하는 식당업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농담이 결코 아니다. 성공을 거머쥔 수백명을 인터뷰하고 얻은 결론이다.

키친나라의 최세규 사장은 8평 규모의 서울 신당동의 한 건물 지하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350만원의 자본으로 얻을 수 있는 사무실은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 건물의 지하실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89년 이곳에서 자금의 부족을 치열한 정신력과 실행력으로 커버, 오늘날 주방생활용품의 선두주자인 키친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최근 중국 진출에도 성공한 세계맥주전문점 와바의 이효복 사장은 지난 99년 모든 것이 망가진 상태에서 배수진을 치고 다시 일어섰다. 이전에 그는 인테리어 업자로 고만고만한 사업체를 운영했었다.

교촌치킨 장독대 김가네 크린코리아 KGB 등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 사업초기에 결코 돈이 없었다. 당장 먹고 살 돈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이들을 보며 ‘돈이 없어야 성공한다’, ‘자금부족을 탓하는 자는 결코 사업을 일으킬 자격이 없다’는 게 필자가 내린 명제다. 그 역설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소자본창업을 비롯,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중소기업이 어렵다고들 한다. 자금난 인력난 등은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언론의 단골메뉴다.
이에 맞춰 저명한 칼럼리스트들도 너도나도 할것없이 중소기업들에 자금지원을 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필자도 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성공하는 기업을 생각하면 가끔은 고개가 갸웃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