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질 관련 의약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이 내년 3월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바르는 남성 호르몬제’를 출시키로 하면서 갱년기 남성호르몬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갱년기 증상은 주로 폐경을 전후한 여성들의 고민거리로 인식돼 왔으나 이 호르몬제가 발매되면 남성갱년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관련시장확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성갱년기 어떤 증세오나=여성이 40대 중반을 넘으면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이 없어지면서 우울증과 같은 갱년기증세를 보이는 것처럼 남성들도 30대 후반이 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트로테론’이 줄어들면서 갱년기증세를 보인다. 성욕저하, 근육량감소, 체력저하, 골밀도감소, 불안 및 우울증세 등이 이런 경우다.
다만, 여성은 폐경과 함께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멈추것과 달리 남성은 나이가 들어도 테스토스테론은 지속적으로 분비되며 시간이 갈수록 분비량만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여성에 비해 남성들이 갱년기 증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의 2000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40세 이상 남성인구는 약 600만명으로 이중 약 200만명이 갱년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치료를 받는 사람은 5000여명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증상은 성욕감퇴와 발기부전.
남성들은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매사에 자신감을 잃게되고, 행동도 소극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관련 약물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남성갱년기증세를 사회적 질환으로 인식,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약물치료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정상치 보다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 줌으로써 남성 고유의 기력을 되찾기 위한 것이다. 호르몬대체 요법이 그것이다. 미국의 경우 약 400만명의 남성들이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1∼3주에 한번씩 직접 투여하고 있다.
◇남성호르몬제의 역할은=흔히 병원에서 처방하는 대표적 남성호르몬제는 주사제, 패취제, 경구제로 나눌 수 있다. 2∼3주 간격으로 근육에 투약하는 주사제는 투약 후 2∼3일이 지나면 테스토스테론이 정상치 이상으로 급상하면서 힘이 넘치고 성욕이 향상되는 등 정서적·신체적으로 활력을 심어준다.
또 패취형 테스토스테론은 아침·저녁으로 하루 2번 음낭에 붙이면 효과가 나타나고 경구용 캡슐제는 하루에 2∼3회 2∼6정을 복용하면 남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호르몬제는 각각의 단점 때문에 시장 확대에 한계를 안고 있다.
주사제의 경우 처음엔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지만 일정 시간(다음 주사 직전)이 되면 예전으로 되돌아가는 ‘롤로 코스터’ 현상이 나타나고, 투약때마다 병원을 찾아야하는 것이 단점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생산이 중단된 패취제는 가려움증과 접촉성 피부염 등의 피부자극이 흠이고, 경구제는 간독성과 같은 부작용발생 소지는 물론 반드시 음식과 함께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때문에 최근 미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바르는 남성호르몬제가 중년 이후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테스토겔 1%’(테스토스테론)라는 이름으로 내년 3월 발매 예정이다.
프랑스 베셍(Besins)사가 지난 2000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 제품은 하루에 한 번 팔과 복부 등에 발라주면 성기능 향상, 근육량 증가, 체지방 감소, 기분전환 등 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치제나 경구용 약품, 주사제 등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거의 없다.
이에따라 제품이 시판되면 그동안 발기부전치료로 대표돼 온 국내 남성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박사는 “테스토겔은 갱년기 남성들의 성욕을 증가시키는 등 전반적인 성생활을 개선시켜 보다 활력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은 종양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전립선암 환자에게는 투약을 금하고 있으며 혈액검사를 통해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정상치(통상 300∼1000ng/㎗)를 밑돌아야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또 6개월 이상 사용 후 중단하면 약 3개월 이후부터 호르몬분비량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다.
한편 안드로겔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제품은 시사주간지 타임이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제로 소개한 바 있으며, 무엇보다 투명하고 끈적이지 않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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