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2003 금융계 핫이슈, 그 이후] 카드대란

조영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2.22 10:32

수정 2014.11.07 11:44


지난 3월 SK글로벌 분식회계를 계기로 수면위에 떠오른 카드문제는 올 한해 내내 금융권을 괴롭혔다. 카드사태의 진원지였던 LG카드는 결국 LG그룹을 금융업에서 완전히 손떼도록 만들었다. LG와 선두를 다투던 삼성카드는 삼성캐피탈과 합치기로 했다. 2003년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인 카드사가 모그룹을 사지로 몰아넣는 문제기업으로 전락한 해였다.

◇1차 카드대란=카드사의 잘못된 경영정책과 소비자의 신용의식 부재가 경기침체라는 파고를 만나면서 카드산업이 뿌리째 흔들렸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도 카드대란에 한몫 했다.
2조5943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낸 지난 2001년부터 신용카드사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경고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았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는 무시됐고 카드사들은 소득이 일정치 않은 계층을 상대로 돈놀이 장사에 주력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지속했다.

사태가 터진 것은 지난 3월. 지난 3월 SK글로벌 분식회계로 빚어진 투신권 환매사태로 인해 카드문제가 현실로 나타났다. 카드채 거래가 올스톱되고 관련기업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 4월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곪은 부위를 째서 고름을 빼내는 수술에 들어갔다. 4·3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금융권이 카드채 만기를 연장하고 8개 전업카드사들이 하반기까지 4조6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실시하겠다고 밝힐 당시 카드발 금융대란은 완전히 진화되는 듯 했다.

◇2차 카드대란=지난 4·3 조치 당시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은 올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낙관했다. 카드사들이 자본을 확충한데다 구조조정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전환했기 때문에 카드대란은 재발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경기회복은 찾아오지 않았다. 연체율 또한 진정되지 않았다. 현금이 고갈된 LG카드가 지난 11월 현금서비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2차 카드대란이 시작된 것이다. LG카드뿐만 아니라 외환카드 역시 디폴트(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신용카드사들은 지난 91년부터 2001년까지 모두 3조4000억원의 누적흑자를 기록했지만 올들어 9월말까지 4조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11년간 축적한 부를 불과 9개월만에 다 날린 것이다.

◇카드업계 지각변동=카드대란은 카드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삼성그룹은 지난 18일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을 합병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카드, 외환카드, 우리카드에 이어 삼성카드마저 독자생존이 힘들 것임을 자인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모두 1조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한 상태며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 카드사업부문과 통합된 상태다. 카드대란의 진앙지 LG카드는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중에 있다.

금융계에선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의 합병으로 카드사 구조조정이 외형적으론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카드사들의 경영을 낙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데다 연체율 또한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가 언제 회복될 것인가에 있다.
경기회복과 함께 높아진 신용의식, 금융당국의 시의적절한 정책이 맞물리면 올해 카드대란은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정도로 마무리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내년 봄 우리경제는 또 다시 카드발 홍역을 앓을 것으로 우려된다.

/ fncho@fnnews.com 조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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