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위통 제산제·진경제 구분해 쓰세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2.05 10:44

수정 2014.11.07 21:29


남성들이 위통을 느낄 때 제일 먼저 찾는 것은 제산제, 생리통이 있는 여성이 먼저 찾는 약은 진통제일 것이다.

최근 한 제약업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위통·위경련을 경험한 사람들중 상당수가 진경제를 복용해야 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제산제에만 의존하는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베링거잉겔하임이 지난해 위통·위경련을 경험한 서울지역 30∼50대 남·여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위통을 경험한 응답자의 60%가 제산제를 복용했다고 답했고 진경제를 복용했다고 답한 사람은 단 7%에 머물렀다.

베링거잉겔하임측은 “대부분 환자가 통증을 느낄 경우 기존에 TV 등에서 봤던 제산제 광고를 떠올리며 약국에서 별다른 지식없이 제산제를 구입하고 있다”며 “이는 진경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전문의약품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국내에서는 위장병이 워낙 많기 때문에 단순히 약국에서 자의적으로 약을 구입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기 보다는 병원을 찾아 위 내시경이나 위투시 등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제산제가 아닌 진경제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는 ▲과민성대장증상으로 복통과 설사가 계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소화불량 ▲위 운동 문제로 위산이 식도를 거슬러 올라오는 위·식도 역류 등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교수는 “진경제는 일시적인 증상을 호전해주는 역할을 할 뿐 근본적인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품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의해 복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경제는 위의 연동운동이 항진돼 위가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명치 끝 부위에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다.

이와 비교해 제산제는 위나 식도 등에서 너무 산이 많이 나와 통증을 일으킬 때 산을 중화시켜, 통증을 완화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제로 역시 일시적인 증상의 완화를 목적으로 사용한다.

위 경련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 부위는 대체로 명치에서 배꼽 위의 부분이다. 통증은 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신경을 많이 쓴 경우, 기분이 안좋을 때, 과식했을 때 갑자기 명치 끝 부위가 쥐어 비트는 듯 아프고 가슴으로 통증이 올라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게 보통이다.

이는 스트레스, 과음, 과식, 자극성 음식, 흡연 등으로 인해 부교감신경이 흥분돼 분비가 증가된 아세틸콜린의 작용으로 위액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위액분비가 늘어나면 위장관의 근육층은 위경련과 같이 불규칙하게 운동하게 되며 위 점막층에서는 위액분비 과다로 인해 위염 및 소화성궤양과 같은 급만성 위장질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여성의 경우 생리통이 나타나면 보통 진통제를 찾는 것이 보통이지만 위경련과 마찬가지로 자궁 평활근이 경련을 일으켜 나타나는 통증이기 때문에 진경제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진경제의 종류는 아세틸콜린을 차단하는 항콜린제가 있으며 부스코판, 알기론, 스파몬, 옥티란, 듀스파타린 등 전문의약품이 있다. 처방전없이 약국에서 그냥 살 수 있는 부스코판이라는 약물도 있다.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는 제산제가 필요할 때는 ▲괴양 및 위염이 있는 환자가 위산으로 인해 통증을 느낄 때 ▲위·식도 역류질환의 증상완화 ▲기능성 소화불량 등이라고 말했다.

최교수는 “일반적으로 제산제에 대해 가장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제산제가 이미 위에 분비돼 있는 산만을 중화하는 효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위산 분비자체를 막아주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새벽에 과다한 위산 분비로 잠을 깨는 환자가 미리 제산제를 먹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 kioskny@fnnews.com 조남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