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마리아] 죄없는 자 이 소녀에게 돌을 던져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2.26 10:50

수정 2014.11.07 20:43


‘원조교제’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논란을 일으킨 영화 ‘사마리아’가 독일 베를린의 붉은 카펫을 먼저 밟은 뒤 국내에는 오는 3월5일 공개된다.

이 영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후 김기덕 감독의 10번째 작품. 영화제목 ‘사마리아’는 이교도에 의해 더럽혀진 땅이라는 이유로 유대인으로부터 천대와 배척을 받은 성서에 나오는 지명이다.

‘파란대문’ ‘섬’ 등 거칠고 속이 불편한 영화들을 제작하기로 유명한 김감독은 ‘나쁜남자’ 이후 대중에게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다. 그는 “나쁜남자 이후 영화를 통해 끊임 없는 질문을 던져왔다”며 “100만명이 보면 100만가지 대답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파격적인 소재, 자신을 죽이고 모래에 파묻는 아버지를 상상하는 여진의 모습 등에서 여전히 김감독의 색깔이 묻어난다.



이 영화는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바수밀다’에서는 유럽여행을 가기 위해 원조교제로 돈을 버는 16세 여고생 재영(서민정)이 주인공이다. 친구 여진(곽지민)이 재영인 체하고 남자들과 채팅으로 약속을 잡으면 재영이 모텔에서 남자들과 섹스를 한다.

여기서 여진의 역할은 재영의 얼굴을 화장해주고 경찰이 오는지 망을 보는 것. 낯선 남자들과 섹스를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재영은 자신이 ‘바수밀다’라 불리길 원한다. 인도의 창녀 바수밀다는 그와 섹스를 한 남자들을 독실한 불교신자가 되도록 이끌었다는 것.

하지만 여진은 낯선 남자들과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들의 직업을 묻는 재영을 이해할 수 없다. 원조교제를 하는 남자들도 여진의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여진을 향해 ‘내가 더럽냐’고 묻는다.

‘사마리아’에서는 여진이 주인공이다. 재영이 모텔 창문에서 떨어져 죽은 뒤 여진은 재영과 잠자리를 같이 한 남자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섹스를 하고 받았던 돈을 돌려준다. 물론 여진의 이러한 행동이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감독의 입장에서 ‘화해와 용서’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소나타’에서는 여진의 원조교제 사실을 알게된 여진 아버지 영기(이얼)가 여진과 잠자리를 같이 한 남자들을 응징한다.

하지만 감독은 원조교제하는 남자들이 꼭 나쁘게만 그리지 않는다. 여진과 잠자리를 했던 남자들은 무언가를 깨닫고 집에 전화를 해 식구와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하든지, ‘고마워. 널 위해 평생 기도할게’라고 말한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중년 남자도 등장시킨다. 그 남자는 자신의 딸보다 한살 많은 고2 딸을 가진 평범한 가장일 뿐이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는 도중, 영기가 원조교제 사실을 폭로한 덕분에 그 가장은 그 자리에서 자살하고 만다. 18세 이상 관람가.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