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기략(엄기헌 엮음/나들목)
요즘 기업들은 자기 시장을 지키고 남의 시장을 빼앗기 위해 국가 간에 전쟁을 치르듯이 전쟁을 하고 있다. 맥도널드와 버거킹 간의 ‘버거 전쟁’을 비롯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간의 ‘콜라 전쟁’, 아마존과 반스 앤 노블 간의 ‘책 전쟁’, 마이크로소프트와 네스케이프 간의 ‘브라우저 전쟁’, 삼성과 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로 테크놀로지 간의 ‘반도체 전쟁’ 등이 이른바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전쟁들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는 전면전을 벌일 것인지, 아니면 국지전을 할 것인지, 선전포고를 할 것인지, 아니면 기습공격을 가할 것인지, 가지고 있는 진지를 버릴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지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일대 전쟁을 치르고 있는 CEO에게 난세를 경영한 영웅들의 지혜는 비록 전쟁의 성격은 다르지만 많은 참고자료를 제공할 것임에 틀림없다.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샐러리맨인 엄기헌씨(50·한국토지공사 단지사업처 용지팀장)가 명나라 시대 유기(1311∼1375)의 작품으로 알려진 ‘백전기략’을 편역, 선보였다.
그는 유기의 원작을 만화로 구성하고, 다시 ‘삼국지’ ‘열국지’ ‘손바병법’ ‘오자병법’ ‘논어’ ‘맹자’ ‘오자’ ‘사기’ 등 중국의 고전에서 뽑아낸 각종 역사적인 사례를 덧붙여 누구나 손쉽게 병법(兵法)의 전략을 읽힐 수 있게 했다.
엮은이는 “옛날의 전쟁은 각종 전자장비와 최첨단 병기로 무장한 오늘날의 전쟁과 비교해 볼 때 크게 진부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 하지만 전쟁 그 자체의 기본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큰 변함이 없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결단력과 책략, 지혜가 필요한 경우에 옛 영웅들의 병법은 아직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100가지나 되는 다양한 전쟁의 양상을 통해 승자들의 뛰어난 계책과 전술, 그리고 패한 자들의 패인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병법의 대가로 불리는 손자와 오자의 병서 가운데 핵심을 찌르는 명언이나 수언을 찾아 인용한 후 춘추전국시대부터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1680여년간 중국에서 일어난 전쟁과 장수의 언행 중 그 내용과 부합하는 사실을 찾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손자병법’에 ‘강이나 호수에서 적과 싸울 때는 반드시 적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싸우지 말라’고 했다. 이는 전쟁을 함에 있어 지도자가 지리적 조건을 정확하게 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또 전투에 임하여 군사들이 ‘전진하다가 죽을지언정 후퇴하여 구차스럽게 살지는 않겠다’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은 평소에 장수가 베푼 은혜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삼군의 병사들은 상관이 자신을 마치 친자식 보살피듯 따뜻한 애정으로 대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들 역시 상관을 마치 부모처럼 지극히 사랑하게 된다.
군사가 용병을 하는 데 있어 그 관건은 임기응변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군을 출동시킬 때는 반드시 사전에 적의 형세를 자세하게 살피고 적정을 판단해야 한다. 만일 적의 방어태세가 완벽하여 공격할 만한 허점이 없다면 적의 내부에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가 적에게 변화가 보이면 그 기회를 포착하여 유연하게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한다면 비즈니스에서도 유리한 국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엄기헌씨는 “옛부터 전쟁은 속임수라고 했다. 물론 속임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과 투쟁을 함에 있어서 모략은 불가피한 요소다. 전쟁을 할 때는 가능한 한 아군에게 이로운 모략을 세우는 동시에 이를 무시하거나 기피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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