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호텔을 가다―싱가포르 래플즈] 국가대표급 호텔·최상류 브랜드의 대명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4.14 11:03

수정 2014.11.07 19:15


세계에는 내로라하는 명문호텔이 많지만 국가에서 하나의 호텔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견줄 수 없는 호텔이 바로 싱가포르의 래플즈호텔이다.

1819년, 영국은 네델란드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동인도회사의 서기였던 래플즈로 하여금 말레이반도 남단에 무역항을 건설한다. 교통의 요지였던 싱가포르는 래플즈경의 앞을 내다본 개방정책으로 빠르게 번창하였고 항구를 만들기 위해 매립된 장소는 래플즈 플레이스로 명명되었다.

‘Sir Thomas Stanford Raffles’는 1786년 항해 도중 배 안에서 태어났다. 1795년부터 동인도회사에서 근무를 하면서 익힌 유창한 말레이어로 출세를 거듭한 그는 페낭부총독을 거쳐 1811년에 수마트라 총독이 된다.



열대 야생자원에 관해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그는 자비로 조사단을 구성하여 말레이반도를 샅샅이 탐험하고 각종 동식물의 표본을 채취하였다.

1818년에 ‘싱가포르 Botanical Garden’을 설립했고 1824년에 영국으로 귀국할 때는 수많은 동식물의 표본과 조사자료를 가지고 와 왕실동물학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이 되는 특이한 인물이다.

1818년, 그가 아내 소피아와 함께 Batabia (현 자카르타 지역)를 탐험할 때 발견한 직경 1.2m의 세계 최대의 꽃은 래플즈 플라워(Raffles Flower)로 불리운다. 싱가포르을 건설한 뒤 그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상업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서 오늘날 자유무역국가 싱가포르의 기초를 세웠다.

그의 이름은 지금도 싱가포르 사회에서 최상류 브랜드의 대명사이다.

1869년, 수에즈운하가 개통됨으로써 동양무역이 크게 증가하였고 싱가포르항은 세계교역의 중심이 되어 날로 번창하게 된다.

1887년 9월, 싱가포르 신문에 작은 기사가 실린다. 당시 페낭의 갑부였던 ‘Sarkies Brothers’가 싱가포르에 호텔을 열 것이고 호텔 이름은 ‘Raffles Hotel’이 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어 12월에 호텔이 문을 열었다.객실 10개의 주택 수준으로 지금으로 보면 호텔이라고 하기 어려운 정도였지만 조셉 콘라드(Joseph Conrad), 키플링(Kipling) 같은 명사가 단골이 되고 지속적인 증축을 통해 호텔의 면모를 갖추어 가다가 1899년에 지금의 호텔인 본관을 지어 최고급 호텔로 발돋움한다.

세련된 네오 르네상스풍의 건축, 싱가포르 최초의 전기조명과 전기선풍기, 프랑스에서 초빙된 주방장. 개관 당시로서는 더 이상 견줄 수 없는 호화 호텔이었던 ‘래플즈호텔’은 유럽 상류층에 ‘동양의 진주’라는 찬사를 받으며 동양을 여행하는 명사들의 단골 숙소가 된다.

1904년에 호텔의 간판인 ‘The Bras Basah Wing’을 오픈하면서 명실공히 최고의 호텔로 자리매김한 호텔은 이후 1920년대와 1930년대의 동양여행 붐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한다.

유럽의 왕가는 물론이고 서머셋 모옴, 챨리 채플린, 모리스 슈발리에 같은 명사들이 단골이었고 싱가폴의 사교와 문화의 장이었다.

그러나 1931년, 세계경제공황으로 말레이의 고무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호텔 역시 그 영향을 받아 경영난에 봉착하게 되고 ‘Sarkies 형제’의 막내인 ‘Arshak Sarkies’마저 죽자 호텔은 법정관리에 넘어간다.

1933년, 법정관리가 끝나고 호텔은 ‘Raffles Hotel Ltd.’로 다시 출발하여 회생했지만 이어 세계 2차대전이 발발하고 고난의 역사를 되풀이 하게 된다.

영국 함대를 격파하고 밀려 내려오는 일본군을 피해 말레이반도의 끝 싱가포르까지 내려온 영국인들은 결국 ‘래플즈호텔’에 모여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조국의 승리를 기원한다.

그러나 결국 싱가포르는 함락되고 일본군은 래플즈호텔을 그들 식으로 ‘Syonan Ryokan’으로 개명하여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사용하였다.

2차대전 후 다시 문을 연 호텔은 명사들의 단골이 되었고 싱가포르 독립에 따라 국가를 대표하는 호텔이 된다.

1987년, 싱가포르 정부는 ‘래플즈호텔’의 본관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하고 호텔은 1989년 문을 닫고 대대적인 개수공사에 착수한다.

본관 건물은 고증에 입각하여 1930년대 전성기의 모습을 복원하고 내부시설을 초현대식으로 개조하게 된다. 지금도 싱가포르의 명물인 고급 쇼핑아케이드가 보완된다.

1992년 6월, 호텔의 공식 재개관 행사에는 수 많은 군중이 호텔 앞에 모여 축하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본관에 86실, ‘Bras Basah Wing’에 18개의 Suite를 합쳐 104개의 객실이지만 호텔안의 다양한 식당은 가히 세계적 명소들이고 유명한 ‘Long Bar’는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이 탄생지이다. 호텔 안에는 여행에 관련된 것들을 전시하고 있는 ‘Raffles Museum’이 특별한 볼거리이다.

뮤지엄의 ‘A Salute to the Golden Age of Travel’이라는 설립취지대로 1920년대의 여행자의 편지, 여행가이드북, 여행가방, 각종의 옛날 여행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윤병권 호텔프랜코리아(www.hotelplan.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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