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CEO 창업열전] ‘돌로미티’ 조병대 사장,생과일 즉석 아이스크림 ‘차별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6.23 11:23

수정 2014.11.07 17:38


기암괴석이 즐비한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 최고봉인 마르몰라다봉 (3343m) 정상이 가까울수록 눈은 폭설로 변해 내리 퍼붓는다. 걸음을 떼어놓기가 만만치 않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한걸음씩 내디뎌 본다.시간 개념조차 생각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지도 몰랐다.

갑자기 트이는 시야. 정상에 선 것이다.
동시에 눈발도 멈췄다. 변화무쌍도 이만하면 가위 신의 경지라 할 수 있다. 발 아래 보이는 것은 그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운해(雲海). 지금껏 고통스럽게 올라왔던 과정은 일절 보이지 않고 온 세상이 하얗게만 보일 따름이다.

하늘도 하얗고 지상의 세계도 하얗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온통 하얗다. 마음도 저절로 하얘졌다.

한순간 그를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눈이었다. 하얀 구름사이로 언뜻 보이는 눈들의 향연, 영원히 녹지 않았다는 만년설이 하얀 구름을 뚫고 조병대 사장의 시야에 잡혔다. 한마디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알프스산맥이 ‘유럽의 지붕’이라면 이 돌로미티 산맥은 ‘신들의 지붕’이라는 얘기가 새삼스러웠다.

압도되는 풍경에 조사장은 그저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저 초라한 석상(石像)일 뿐이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퇘락한 절의 후미진 곳에 서있는 석상처럼 돼버렸다.

만년설은 로마제국 시대, 그 이전의 시대에도 그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몇 세대 아니 몇 백 세대가 지나 조사장의 후손이 찾아오더라도 만년설은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만년설을 두고 영겁의 세월을 생각하면 백년 천년 만년도 찰나이지 않은가.

고작 마흔도 안된 나이에 ‘사업가’입네 하던 자랑거리가 못내 부끄러워졌다. 10여년 동안 고속도로휴게소, 주유소, 디자인 회사 등을 운영하면서 벌어놓은 돈을 보고 흐뭇해하던 자신이 결국 협량한 소인배일 뿐이라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국내로 돌아온 조사장은 곧바로 사업에 착수했다. 벌어놓은 돈으로 앞으로 편하게 지내겠다는 생각은 이미 돌로미티에다 버리고 왔다. 만년설을 보는 순간 사라져 것이다.

“로마제국의 황실은 한여름에도 돌로미티 만년설에다 지중해의 과일을 섞어 먹었습니다.천년 사직 로마황실이 즐겨먹는 생과일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때맞춰 아이스크림 붐이 일고 있었다. 국내에 상륙한 아이스크림은 대부분 대량 생산해 들여오는 완제품 아이스크림. 그는 직접 제조하는 홈메이드 방식을 선택키로 했다. 홈메이드 방식은 재고 물량의 부담이 없다는 것과 맛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사업전개에 앞서 그는 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을 샅샅이 뒤졌다. 딱히 지목할 만한 대중성있는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없다는 게 조사결과였다. 이탈리아만 해도 생과일 즉석 아이스크림전문점은 장인정신에 의해 집안 대대로 물려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신 원료 기계 쇼케이스 등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필수적인 요소를 공급하는 업체는 많았다. 그는 이 중에서 리딩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 아이스크림 원료는 프리젤사, 아이스크림 기계는 프리고마트사, 쇼케이스는 오리온사 등 이탈리아 시장의 각 분야 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업체가 바로 그들이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조사장은 95년 12월 ‘한국 PGL’사 설립과 동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했다. 브랜드명은 물론 ‘돌로미티’였다. 한국산 우유와 생과일에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원료로 만드는 다국적 브랜드다. 처음 20여개로 시작한 아이템은 최근에는 커피 음료 등이 첨가하면서 60여개로 늘어났다.

돌로미티는 설립 이듬해인 96년에만 무려 40여개의 가맹점을 오픈, 생과일 즉석 아이스크림 시장를 여는데 가볍게 성공했다.

돌로미티의 성공은 처음부터 예견되었다. 장인정신과 대량 생산품의 차이 때문이다. 공장에서 만든 스파게티 소스는 생토마토로 금방 만들어낸 소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법.

천연의 생과일 원료를 가지고 즉석에서 갈아 만든 아이스크림 ‘돌로미티’는 국내의 여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차별화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유지방 함유량이 6% 미만으로 저지방, 저칼로리인 점이 남달랐다.

돌로미티의 최대 인기상품인 ‘후로즌 요기’는 97년에 나왔다. 후로즌 요기 1컵에는 프리미엄 요구르트 30병에 맞먹는 살아있는 유산균이 함유돼 있어 미용 건강식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돌로미티의 아이스크림은 세계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지난 97년 1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 아이스크림 축제인 ‘리미니 아이스크림 축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99년부터는 롯데 경기 고양시 일산점을 시발로 유명 백화점 입점도 전개됐다. 이 회사의 2004년 6월 현재 가맹점수는 202개나 된다. 1개월에 5,6개 정도의 가맹점이 오픈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20억원의 자본금으로 ‘차이나 PGL’사를 설립, 중국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뉴질랜드, 호주, 일본 시장공략도 올 들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바햐흐로 돌로미티의 세계화가 가동한 것이다.

“로마 황제가 먹는 아이스크림을 전세계인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 돌로미티의 출발이자 포지셔닝입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지 1500여년. 신들의 지붕이라 불리는 돌리미티 산맥은 로마제국시대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돌로미티 또한 앞으로 천년 그리고 그 이후 천년의 시대를 뛰어넘어 후손들에게 이어지는 브랜드로 남고 싶다는 게 조사장의 소망이다.
그가 해마다 돌로미티산맥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02)569-3883

/ hinoon@fnnews.com 정보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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