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기업에 맞설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제약기업을 몇년 내에 볼 수 있을 겁니다.”
녹십자상아 조응준 사장(50)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은 지주회사제 도입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도전장을 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제대로 된 연구개발(R&D) 부문 투자 없이 도토리 키재기식 과당경쟁으로 의약품이 초과공급되는 현실이 지속되는 한 국내 제약업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사장의 목표는 오는 2006년으로 예상되는 미국식 건강보험 도입에 앞서 종합건강관리회사로의 변신을 완성시키는 데 있다. 상아제약, 경남제약에 이어 대신생명을 인수해 금융권 진출에 나선 것도 초거대 자본으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에 맞서는 인프라를 단기간에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실속 없는 ‘몸집 불리기’가 아니냐는 주변의 지적이 안타깝기만 하다는 조사장. 그는 오히려 외국회사에 맞먹는 R&D 지원을 위한 매출 기반 확보 필요성으로 외형 확대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제약 및 금융회사 인수, 지주회사제 도입, 자회사간 합병 등으로 사업구조 대변화가 예상되는데.
▲지주회사제 도입은 녹십자 기획조정실장 재직시절인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 본격적인 작업은 95년부터 이뤄졌다. 목표는 종합건강관리회사로의 조기 변신에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라면 누군가 꼭 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다.
일단 과거 녹십자가 담당했던 제약 판매, 제조, 개발은 녹십자상아가 담당하게 된다. 현재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는 경기도 용인 소재 혈액백(Filter Bag) 공장, 신갈 진단시약 공장 등을 충북 음성공장으로 통합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인력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 할 계획이다.
유통은 녹십자상아와 합병되는 녹십자피비엠, 보험서비스는 녹십자생명이 전담하게 되고 녹십자는 자회사 업무를 조율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토털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거래소에 상장된 녹십자와 녹십자상아의 일일거래량이 1만주에도 못미칠 만큼 유동성 빈곤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액면분할 등 복안이 있는가.
▲액면분할, 유무상증자 등 발행주식수 변동 사안은 시장의 요구가 있을 경우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 녹십자상아의 경우 녹십자피비엠과의 합병으로 주식수가 800만주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70% 정도는 대주주 지분으로 묶어놓고 240만주 정도만 유통시킬 방침이다.
이는 녹십자 지분 관리 전략에 따른 것으로 타법인 출자의 경우에도 안정적인 사업 유지를 위해 대부분 67% 이상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가 적극적인 매수 의지를 피력할 경우에는 경영권 방어 가능 수준에서 블록세일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약에 주력할 녹십자상아의 적정주가를 얼마로 평가하고 있는가.
▲녹십자상아는 녹십자피비엠을 합병하면서 R&D, 제조, 마케팅, 유통에 이르기까지 수직적 통합을 이루게 됐다. 올해 매출 규모도 대형 제약회사에 버금가는 연 35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세전이익도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녹십자피비엠과의 합병 이후 외국인 투자가들을 초청해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고 해외IR도 병행할 예정이다. 최근 코스피200에 신규 편입된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도 24%로 늘어나는 등 시장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좋은 효과를 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수적으로 책정해도 올 하반기 주가가 5만원은 되어야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개발중인 차세대 의약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녹십자는 전통적으로 R&D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앞으로 이를 확대해서 매출의 20% 정도를 이 부문에 투입할 방침이다.
녹십자 R&D 프로젝트는 녹십자상아 브랜드 아래 추진될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치료제, 골다공증 치료제 등의 신약들은 녹십자상아의 이름으로 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우선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 치료제는 오는 2005년 상품화를 목표로 현재 임상단계에 있다. 외국사 제품보다 정교한 정제 방법을 사용, 생산성과 발현율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배양기술에서도 연속배양법을 개발해 보다 낮은 원가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또 기존 제품과 달리 손실된 뼈의 밀도를 회복시켜 주는 실질적인 골다공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PTH도 빼놓을 수 없는 차세대 수익모델이다.
이 제품은 미국에서 1단계 임상을 완료했으며 현재 독일에서 2단계 실험을 진행하는 등 개발 전과정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에 맞게 추진하고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 anyung@fnnews.com 조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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