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제자유구역을 가다-광양만권]입지 좋지만 예산·물류 인프라 걸림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7.25 11:36

수정 2014.11.07 16:14


지난 2003년 10월30일 재정경제부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일부에 걸쳐있는 광양만권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이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광양만권을 보다 효율적으로 동북아 물류·신산업·관광허브로 육성키 위해서다.

정부는 이같은 육성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3월24일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을 신설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자동차로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3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세계적인 항만으로 이미 자리매김한 부산항과 견줘볼 때 광양만권이 차별화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광양항은 배후단지가 넓다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인프라시설이 전무한 실정일 뿐만 아니라 외국기업 유치에서도 서해안의 평택항보다 그다지 우수한 입지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은 광양이라는 도시의 영문 명칭이다. 실무자들이 외국에 나가 기업을 유치하려해도 준비해간 각종 문서들이 ‘KwangYang’ 혹은 ‘GwangYang’으로 혼재돼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서를 본 외국인들은 당장에 “KwangYang하고 GwangYang하고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는 질문부터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하나만을 놓고 보더라도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의 앞날은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만큼 그리 밝지만은 않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은=광양은 서울에서 비행기로 갈 경우, 여수 혹은 사천(진해)비행장을 이용해야 한다. 두 곳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면 30분 남짓 거리에 있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은 광양을 포함해 율촌, 신덕, 화양, 하동지구 등 5개지구 2691만평에 걸쳐 조성된다. 이를 24개 단지로 세분하여 오는 2020년까지 특성화와 차별화 전략으로 3단계로 추진될 예정이다.

지구별 계획을 보면 ‘광양지구’는 광양항을 중심으로 한 환적화물의 물류기능, ‘율촌지구’는 석유화학, 철강 등 기반시설 관련 유치를 통한 생산기능, ‘신덕지구’는 주거, 교육, 의료 등의 배후기능, ‘화양지구’는 해양관광 및 휴양, 레저허브의 관광·레저기능, ‘하동지구’는 과양제철 생산기능과 업무 복합기능의 산업기능 등으로 개발될 계획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행정수도 이전 계획’과 맞물리는 관계로 무슨 수로 예산을 동원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광양만권이 갖는 장점은=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들은 광양만권이 입지성, 성장 잠재성, 관광개발 가능성 등 3가지 측면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곳 자유구역청 관계자는 25일 “광양만권이 지정학적으로 세계 물류흐름의 중심부이자, 동북아 및 태평양 진출에 유리한 중심지”라고 주장했다.

이 지역은 자연재해도 비켜 지나갈 정도로 안전한 곳이라고 관계자들은 자랑한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태풍 매미가 왔을 때를 들었다.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광양항 및 배후부지에 이렇다할 공장들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피해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리적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광양만권 자유구역이 물류중심지라고 밝히고 있으나 광양항을 통해 실어 나를 수 있는 화물이 인근에서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유구역청이 나름의 복안을 갖고 화물유치를 위해 뛰고 있으나 손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광양만권에는 주로 조강생산능력 세계1위의 광양제철과 여수산업단지 석유화학 관련 대규모 산업단지가 입지하고 있을 뿐이다.

자유구역청 관계자들이 꼽은 세가지 장점 가운데 하나인 ‘해양관광개발을 통한 고부가치 창출 가능’에 대해서는 그 명성이 이미 국제적으로 검증된 상태라서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투자유치의 선결과제는=광양만권 자유구역청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광양만권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원인들을 맞이하는 관계자들의 얼굴과 옷매무새가 상당히 경직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외자유치 업무보다는 다른 업무에 지쳐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만했다.

생각을 넓고 자유스럽게 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해외출장을 자유롭게 해주고 해외투자설명회를 다각적으로 갖게 하는 등 발상의 전환부터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업무 추진성과에 따른 과감한 인센티브제를 도입, 직원들의 사기앙양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율촌제1산업단지 50만평과 광양항 동측 배후부지 59만평에 대해 자유무역지역을 지정해 입주코자 하는 기업의 토지분양 가격을 대폭 낮추는 것도 선결과제로 여겨진다.

◇구체적 청사진 마련 시급=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들은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중앙부처를 쫓아다니느라 바쁘다. 지난 3월 청이 만들어져 얼마되지 않았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결재받고 설명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업무 진척이 늦어지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푸념한다.

이런 와중에도 일본 후쿠오카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미국,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지역에서 5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종합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유치실적은 없으나 나름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었다는 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평가다.

특히 네덜란드 선박해운대학의 한국 분교 설립 투자의향서, 홍콩 허치슨사의 1억달러 투자, 주식회사 일상의 화양지구개발사업 합의각서(MOA)체결, 독일 업체와 의료기기 제작 및 연구개발(R&D)센터 투자설립에 관한 MOU를 체결한 것은 나름대로 성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물류전문가들은 “광양만권 자유구역이 부산항과 동일하게 성장하려는 계획은 그릇된 것”이라며 “만일 그러한 계획을 갖고 있다면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광양항이 가질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을 조기에 찾아내 대안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를 찾아내 시정하기 위한 종합조사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사진설명

오는 2020년까지 총사업비 13조1187억원을 투입해 추진중인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은 전남 광양을 포함해 율촌, 신덕, 화양, 경남 하동지구 등 5개 지구 2691만평에 걸쳐 조성된다.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