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포럼]타협으로 열린 ‘D-TV시대’/김창곤 정보통신부 차관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1 11:37

수정 2014.11.07 15:54


4년여간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디지털TV 전송방식 문제가 지난달 8일 마침내 해결됐다. 디지털 방송업계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면에서 그동안 부진했던 투자와 내수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참으로 환영할 일임에 틀림없다.

이번 합의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국내 경기를 촉진하는 경제적인 효과를 발휘하게 됐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한 모범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특히 이번 합의가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 집단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적 문제가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지 않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극단 충돌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생의 타협점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가 권위주의 시대를 벗어나 민주주의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선진국처럼 사회적 갈등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모습을 보기는 무척 힘들었다.

‘양보하는 것은 지는 것’이라는 잘못된 통념으로 인해 타협을 통한 갈등해소보다는 힘의 논리에 의존하는 비정상적인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실제로 대화가 결여된 파업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 인해 다수의 국민이 뜻하지 않는 피해를 보는 일도 허다했다.

이번 합의는 이해관계집단들이 각자의 주장을 조금씩 양보하고 집단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 함으로써 가능했다.

어느 한 기관이라도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했거나 자기 이익만을 추구했다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디지털 TV 전송방식에 대한 합의는 지지부진했던 논란을 종식시켰다는 의미를 넘어 이제 본격적으로 디지털 방송시대를 여는데 있어 그 시작이 됐다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우선 디지털 TV의 등장으로 극장에서와 같이 5.1채널의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게 됐으며 아날로그 TV의 5배에 달하는 고선명 화질로 선수들의 땀방울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생동감 넘치는 방송을 볼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디지털 방송은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던 지상파에만 국한하지 않고 움직이는 차 안이나 보행 중에도 휴대폰이나 차량 단말기를 통해 스포츠, 드라마, 뉴스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방송을 볼 수 있게 된다. 즉 이동형 디지털멀티미디어 방송인 지상파 및 위성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이 도입돼 방송시청의 시간이나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산업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체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보다 한발짝 앞서 DTV 방송체제로 전환하면서 단일 국가시장으로는 가장 큰 미국 DTV 시장 공략에 전력을 다할 수 있게 됐다. 현재 DTV는 반도체와 휴대폰에 이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3대 수출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디지털 방송 기반이 본격적으로 구축됨으로써 T-커머스(commerce) 등 양방향 서비스의 도입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양방향 서비스가 도입되면 기존의 아날로그 채널에서 방영되던 홈쇼핑의 수준을 뛰어넘어 실감나는 상품정보를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서비스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화면, 고화질 입체음향을 특성으로 하는 HD방송과 언제 어디서나 방송서비스를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방송, 그리고 다양한 메뉴를 선택해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 방송은 개별적인 진화에 그치지 않고 상호 상승효과를 주면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전망이다.

한편, 방송망의 디지털화와 통신망의 광대역화에 따라 케이블TV 사업자가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통신사업자가 방송형 콘텐츠를 제공하게 되는 등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통신·방송 융합현상에 따라 통신과 방송영역의 관련 기관간에 더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아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이 지연될 경우 자칫 선진국에 뒤질 우려가 있다.

요컨대 우리 모두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해결을 교훈삼아 통신7방송 융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바탕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또 시청자 복지증진과 산업발전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상생할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