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기술적 유행’에 흔들려선 안된다/이상호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

조남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2 11:37

수정 2014.11.07 15:54


정보통신 분야에서 기술 발전의 속도는 매우 빠르며, 향후 몇년의 기술 추이를 예측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화 기능만 있는 신발 크기만했던 휴대폰이 이제는 그 기능이 대폭 향상되어 전화기로의 기본기능 이외에 디지털 카메라, MP3 화일 재생, 무선 인터넷 지원 등… 예전 같으면 독립적으로 존재하여야 하는 기능들이 담뱃갑만한 휴대폰의 부가기능으로 제공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메모리 칩의 크기 용량은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하며,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처리 속도는 1년마다 2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기기의 속도 및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불과 몇년 전에 구매한 디지털 카메라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곤 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매우 빠르므로, 새로운 기술에 기반을 두는 새로운 정보통신 서비스가 빈번히 등장하고 한다. 10년 전과 비교해도 그 당시에는 생각하질 못 했던 다수의 새로운 서비스가 현재 사용 중이거나 조만간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일부를 열거하면, 전자상거래, 포털(portal) 서비스, 고객관계관리(CRM), e러닝, 디지털콘텐츠권리관리(DRM) 등이 있다. 과거 수십년간의 정보통신 역사를 회고해 보면 주기적으로 신개념 또는 신기능을 표방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여 일정기간 사용되었으며, 이러한 현상은 미래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보통신 업계에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경향이 있어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되면, 이것이 마치 기존의 주요 기술 또는 서비스를 대치하고 영원토록 영생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새로운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은 오류를 범해 서비스의 근간을 구성하는 원천기술 개발을 뒤로 한 채 항상 새로운 서비스만을 추구하는 속빈 강정과 같은 우를 범하곤 한다. 예를 들면, 90년대 중반부터 일반인들에게 퍼지기 시작한 컴퓨터를 이용한 원격 은행서비스는 그동안 온라인은행, 사이버은행, 버추얼은행, 인터넷은행 등으로 발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천기술 관점에서는 새로운 은행서비스 탄생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천기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기존 원천기술의 자연스런 상향 발전의 결과로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은행서비스도 원천기술 관점에서는 기존기술(여기서는 컴퓨터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정보보안, 웹 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한 자연스런 새로운 컴퓨터 서비스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기술 개발은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이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원천기술의 발전을 의미하여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원천기술 발전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국내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신기술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으로, 정보통신부가 ‘IT 839’ 전략을 발표한 이후 유비쿼터스는 정보통신 업계의 대표적인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컴퓨터 무선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가능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이전에는 모바일 컴퓨팅 또는 “장소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컴퓨팅(anytime anywhere computing)”으로 알려져 왔다. 유비쿼터스 위력은 대단해 유비쿼터스는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도 이를 앞다투어 사용하려고 해 마치 모든 정보통신 서비스가 유비쿼터스를 위한 것으로 포장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몇년이 흐르면 용도 폐기될 서비스 이름임을 인식해야 하며,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위한 관련 원천기술 개발에 노력을 집중하여야 한다. 서비스 이름은 시간이 흐르면 변화할 것이지만, 관련 원천기술은 축적되어 차세대 신 서비스의 원천기술로 사용될 것이다.

정보통신 분야는 항시 동적으로 변화하는 다이내믹한 특성을 갖는다.
현재 새로운 서비스는 미래에는 사라질 것이고, 이를 대치할 좀더 향상된 새로운 용어가 출현할 것이다. 원천기술의 발전은 장기적인 계획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몇년마다 찾아오는 기술적 유행에 흔들리지 말고 원천기술 개발에 꾸준히 매진하는 국내 정보통신 환경을 기대해 본다.

/shlee@comp.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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