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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BW신주인수권 소멸,M&A 위협]13건중 단 2곳만 안전

신성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2 11:37

수정 2014.11.07 15:53


국내 기업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자사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인수권(워런트·Warrant)이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00년 1월 종합주가지수가 1059.04포인트까지 치솟으며 활황을 보였던 증시가 하락기조를 이어가면서 주가가 행사가를 밑돌아 경영권 유지 및 승계 차원에서 보유중인 BW 신주인수권을 행사종료일까지 주식으로 전환할 기회를 못찾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 현대산업개발, 효성, 동양메이저 등 대주주 일가의 자의적인 자사 BW 워런트 무상소각이 잇달았지만 최근의 양상은 증시침체가 워런트의 자동소멸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대주주 일가 BW 워런트 잇단 소멸=지난 3월 중외제약 이종호 회장의 자사 26회차 BW 신주인수권 87만3897주(발행주식의 13.10%)를 시작으로 대웅화학 등 대웅 4개 계열사의 대웅 37회차 14만1032주(2.24%), 에넥스 박유재 회장의 아들인 박진규 이사의 25회차 94만7358주(20.84%),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아들인 강문석 사장의 68회차 28만7503주(3.14%) 등 대주주 일가 등이 보유한 BW 신주인수권이 올들어 차례로 자동소멸됐다.

워런트 행사종료일을 상당기간 앞두고 있는 곳도 소멸 가능성이 있다. 한솔그룹 조동혁 명예회장의 한솔케미칼 17회차 42만2978주(3.86%)의 행사가는 현 주가에 비해 32.6% 높다.
상장법인 대주주 및 친인척, 계열사 등의 자사 BW 워런트 보유 규모는 현재 27명 13건으로 현주가가 행사가를 웃도는 곳은 단 두곳 뿐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강문석 사장이 워런트를 취득한 후 전환된 주식은 한 주도 없다”며 “워런트 행사종료일까지 행사가를 밑돈 게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일가의 자사 BW 워런트 소멸은 경영권 방어에 효과적인 잠재주식 상실과 지분 축소로 경영권 안정 구조가 종전에 비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BW 신주인수권 효과적 방어 수단=에넥스는 박진규 이사의 BW 신주인수권을 포함하면 46.49%에 달했던 박유재 회장 등의 지분이 35.48%로 낮아졌다.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등도 31.33%에서 28.07%로, 중외제약 이종호 회장 등도 40.65%에서 33.51%로 줄었다.

또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워런트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잠재주식으로 단기간에 지분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장내매집처럼 주가 급등으로 인한 인수비용의 증가를 염려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 12월 대림통상 이재우 회장이 조카인 이부용 대림산업 전부회장 일가의 대림통상 지분 확대에 맞서 25회차 150만주(행사가 2000원)를 행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30억원으로 13일(행사∼상장일)만에 지분 8.3%를 확보했다. 당시 종가가 5250원인 점을 감안하면 장내매수였다면 시간과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을 것이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부인인 이화경 이사는 지난 4월 오리온 47회차 BW 워런트 행사로 현재 각각 103억원, 117억원의 평가이익과 함께 지분율을 종전 각각 10.61%, 11.81%에서 13.11%, 14.72%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워런트 소멸로 장내 자사주 취득 열기=대주주 일가의 BW 신주인수권 행사 기회가 사라지면서 자사주 취득이나 대주주 일가의 장내매집을 통해 경영권 안정을 꾀하는 것도 일반적인 흐름이다. 특히 증시에서 외국인 보유비중이 42%에 달하며 기업들의 경영권 위협에 대한 우려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중외제약은 올들어 30만주의 자사주를 비롯해 이종호 회장의 친인척 이진하씨 2만3620주 등 4.85%의 지분를 사들였다.
또한 동아제약도 강신호 회장을 비롯한 친인척들이 장내매수한 규모만 6만4840주에 이른다. 한솔그룹 조동혁 명예회장도 지난 2일 올들어 처음으로 장내매수로 1만4510주를 사들였다.


한누리투자증권 이근포 이사는 “외부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발생하면 주가가 폭등해 행사가격이 정해진 BW 워런트를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영권 방어에는 효과적”이라며 “워런트가 없어진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swshin@fnnews.com 신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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