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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의 삶과 도전-박지은<2>]渡美 2년만에 ‘최고 아마’로 부상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3 11:37

수정 2014.11.07 15:49


흔히 운동선수들에게 있어서 ‘헝그리 정신’은 성적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박지은은 그 속설에서 예외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상태에서 그의 게임 계획을 만들어 갔다.

낯설고 물선 하와이에 도착해 그가 맨처음 시작한 것은 영어 공부였다. 언어 구사가 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아버지 박수남씨의 생각은 옳았다. 그와 동시에 그에게 골프 개인 교습가가 붙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 그의 부모는 상당한 심혈을 기울여 LPGA투어프로 출신이었던 캐시 맨트를 채용했다. 맨트는 훗날 박지은이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애리조나의 피닉스에 정착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박지은은 하와이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US여자주니어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거기서 그는 나중에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자신의 코치를 맡게 된 린다 볼스테드트와의 운명적 만남을 갖는다.

맨트의 애리조나 주립대 동창이었던 그는 박지은의 스윙을 처음 본 순간 “내가 지금껏 본 스윙 중에서 최고의 스윙이다”라고 극찬하면서 친구를 졸라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은이 이제 열 세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말에 볼스테드트는 하는 수 없이 훗날을 기약하고 인내를 갖고서 지은을 기다려야만 했다.

박지은이 미국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4세 때 부터였다. 도미한 지 2년만에 미국 최정상의 여자아마추어골퍼로 이름을 올려 놓으면서 그는 ‘귀하신 몸’으로서 홍역을 톡톡히 치르게 된다. 각종 대회 참가를 위해 그는 미국 전역을 돌아야 하는 강행군을 감행해야 했는데 그것이 그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주거지가 하와이로는 더 이상 곤란하다는 결론에 이른 그의 부모는 기후, 학교, 훈련여건 등을 고려한 고심 끝에 최적지로 애리조나의 피닉스로 주거지를 정하고 유명한 문밸리CC 회원권 구입에서부터 시작해 그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해 준다.

그러나 여자골프 최우수 팀인 자비에르에 등록한 박지은은 그러한 부모님의 지원과 주변의 관심이 오히려 부담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낯선 땅 피닉스에 대한 적응이 되지 않아 한동안 ‘향수병’에 시달려야만 했다. 유일한 위안은 보모와 단둘이 살면서 딸이 겪는 고충을 간파한 그의 부모님이 격려차 하와이에서 방문했을 때였다.

“피닉스로 이주해 처음 얼마간은 그냥 모든 것이 싫었죠. 영어는 아직 서툰데다가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으니 더욱 그럴 수 밖예요. 게다가 그곳은 하와이와 달리 한국 사람은 고사하고 동양인조차 만나기가 힘든 곳이어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었죠”라고 박지은은 회고한다.


박지은의 하루 일과는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그 일정을 반복해야만 했다.
오전 7시에서 오후 2시30분까지 학교수업, 3시부터 밤 8시30분까지 연습(개인 연습과 코치 레슨)이라는 강행군은 급기야 박지은으로 하여금 큰 일을 저지르게 하고야 만다.

/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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