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방카슈랑스 리스크관리 중요/김동훈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이장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3 11:37

수정 2014.11.07 15:49


지난해 8월 시작된 1단계 방카슈랑스가 어느덧 도입 11개월째를 맞았다. 필자는 리스크관리를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으로 방카슈랑스를 살펴보려 한다.

보험은 리스크관리와 동격으로 이해될 만큼 보험에서 리스크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데 그 핵심은 보험인수 여부를 결정하는 언더라이팅 리스크관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관리를 통해 보험회사는 재무건전성을 유지시키고 보험계약자의 보호를 도모하게 된다.

그런데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과연 이러한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생기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및 각종 금융기관이 보험상품 판매를 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은행 및 각종 금융기관이 보험상품 판매시 발생하는 리스크와 책임을 제대로 감안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보험대리점이나 설계사가 보험계약을 모집하면 해당보험 회사에서 인수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방카슈랑스는 고객이 보험회사를 지정하지 않는 한 해당 금융기관이 입맛에 맞는 보험회사와 계약을 처리, 전문적인 언더라이팅을 불가능하게 한다.

특히 보험회사는 대형위험이 수반되는 공장이나 첨단시설의 경우 각 분야별 보험전문가들이 언더라이팅을 결정하지만 금융기관 대리점의 경우에는 비전문가들에 의해 계약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또한 금융기관 대리점은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받으므로 보험인수에 관한 전문적인 분석 없이 그저 상품 판매에만 열중하는 ‘모럴헤저드’의 요소를 안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검사결과에도 나타났듯이 은행 및 각종 금융기관은 보험회사 대리점 역할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험상품을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한편, 이에 따른 전산개발 등 각종 지원을 해당 보험회사에 부담시켜 보험사에 커다란 경영리스크를 안기고 있다.

한편, 방카슈랑스 도입은 보험대리점이나 설계사 수입을 은행 등 금융기관에게 몰아줘 보험모집 조직의 퇴출이라는 결과를 초래, 모든 보험모집 기능이 은행과 같은 거대 금융기관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심각한 경영리스크를 초래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받을 수밖에 없는 각종 피해다. 방카슈랑스 도입취지는 소비자 편의와 경제적 부담의 완화에 있다. 그러나 최근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과 관련, 보험가입 압력을 행사한다든지 소비자들이 보험가입을 위해 직접 금융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따라 소비자들은 그동안 보험회사로부터 제공되던 각종편의, 예를 들면 보험설계사의 방문서비스를 통한 편의제공, 인터넷 보험구입시 제공되는 할인혜택 등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불편과 불이익이 증대되고 있다. ‘소비자 편의와 경제적 부담 완화’라는 방카슈랑스의 도입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앞으로 대중성 보험상품인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이 방카슈랑스 제2단계 상품으로 허용될 경우 위에서 열거한 각종 문제점과 부작용은 통제불능의 정도에 이르게 될 것이다.
수만명에 달하는 모집설계사 실업사태와 손해보험사 경영위기, 그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 등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일본이 그동안 방카슈랑스 실행에 따른 폐해방지 조치를 강구, 방카슈랑스 추가개방을 3년간 유예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방카슈랑스 제도를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무조건 실행하기보다 지금이라도 실행일정의 재조정을 포함한 각종 개선방안을 논의해 사회적, 경제적 비용과 혼란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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