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제2롯데월드 터파기만 6년…롯데-서울시 氣싸움에 접점 못찾고 방치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3 11:37

수정 2014.11.07 15:49


서울과 부산의 제2 롯데월드 건설을 놓고 롯데그룹과 관련 인허가 기관과의 마찰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도제한으로 인해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공사는 6년 간 방치된 상태다. 이런가운데 롯데는 최근 부산 중구 제2 롯데월드 마저 ‘영도다리의 보존이냐, 철거냐’의 문제로 공사를 중단시켰다.

이로인해 서울과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롯데그룹의 롯데월드 공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스터플랜을 미리 만들어 놓고 공사를 추진하는 롯데측의 밀어 붙이기식 사업진행이 서울과 부산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기싸움 형국을 취하고 있는 롯데의 속내와 선택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서울 송파 제2롯데월드 6년째 터파기 공사만=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에 들어설 예정인 ‘제2 롯데월드’는 지난 98년 6월 착공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체 방치돼 도심의 흉물로 전락했다.

부지 한가운데 일부 터 파기 공사를 위한 포크레인 한두대가 있으나 공사 중단 상황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잠실역과 가까운 부지 한 쪽에는 포장마차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공사를 총괄하고 있는 롯데물산㈜ 현장사무소는 한산하다.

롯데측은 당초 지상 108층 규모의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했지만 성남 서울공항으로 인한 고도제한에 걸려, 지상 36층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건축허가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터 파기 공사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롯데가 당초 허가받은 지하5층, 지상36층으로 건립할 계획이 없다는 반증이다.

담당 구청인 송파구도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송파구 건축과 박철규과장은 “당초 허가를 받은 대로 짓지 않으려고 하니까 몇 년째 터파기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구의원들이 구정질문을 통해 ‘공사가 중단됐는데 왜 건축허가를 취소시키지 않느냐’고 묻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게 서울시 건축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경우는 착공이 안된 상태에서 건축주가 착공할 의지가 없을 때”라며 “롯데측이 이미 착공을 했고 어떤 형태로든 건설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상 건축허가를 취소할 순 없다”고 말했다.

◇공사기간 얼마나 늘어날지 몰라= 때문에 앞으로도 몇 년간 더 방치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처럼 공사가 장기간 방치되자 지난 2000년 10월 송파구청은 제2롯데월드 공사장 부지에 종합토지세 78억원을 부과했다. 99년 롯데측이 낸 종토세는 28억원으로 3배 이상 뛴 것이다. 당시 공사중인 토지의 종토세율은 2%이지만, 공사가 6개월 이상 중단된 토지의 세율은 5%로 송파구는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측이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냈고 법원은 롯데측의 손을 들어줬다.

공사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롯데가 정치적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에서 열린 재판에서 롯데에서 불법자금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여택수 전 대통령제1부속실행정관에게 검찰은 “서울 송파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해 고도제한 등의 현안이 있었던 롯데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뇌물로 3억원을 준 것이 아니냐”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롯데측 서울 제2롯데월드에 1조5000억원 외자유치로 투자= 그렇다면 롯데가 원하는 개발 구상안은 뭘까?

송파구 건축과에 따르면 롯데측은 대지 2만6550평에 건폐율 49%, 용적률 380%를 적용해 지하 4층, 지상 112층, 연면적 16만9300평 규모의 최고층 빌딩을 지을 계획이다. 초고층에는 호텔, 사무실이 들어서고 저층동에는 파리풍의 고급백화점과 쇼핑몰이 들어선다.

초고층 제2롯데월드가 완성되면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조성돼 연 150만명 이상의 외국관광객이 방문하는 롯데월드와 연계해 시너시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게 롯데측의 설명이다.

롯데측은 부지의 3분의2가 고도제한에 걸리고 3분의1은 고도제한에 걸리지 않아 고도제한에 걸리지 않는 곳에 초고층을 짓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군측은 군 항공법상 고도제한에 걸리지 않는 곳도 안전비행을 위해 층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측은 공군과의 고도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을 만들어 노력하고 있다.


서울 제2롯데월드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롯데물산㈜ 김명수 상무는 “초고층 제2롯데월드 건설에 1조5000억원이나 되는 돈을 일본에서 가져와 투자하기 때문에 외자유치로 인한 침체 경기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돈만 생각한다면 상업지역이기 때문에 용적률 800%를 적용,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물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롯데 관계자는 “대만은 국내에서 가장높은 101층 건물을 짓는데 비행안전구역안에 들어와 있는 항로와 높이제한까지 변경하면서 허가했다”며 “외자유치로 인한 고용 및 부수 효과에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무감각 하다”면서 관료들의 경직성에 혀를 내둘렀다.

/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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