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유가 폭등 속에 수출경기마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4 11:37

수정 2014.11.07 15:46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내수기업들보다 더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비교적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우리경제를 이끌어온 것이 수출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은행이 전국 29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7월 기업경기조사(7월 동향과 8월 전망)’ 결과 수출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74로 6월의 85에 비해 11포인트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9월의 73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내수기업 BSI는 75에서 69로 6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수출기업들이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는 주요인은 주요 수출품목의 성장세가 꺾이고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때문이다.
지난해 수출의 14.7%를 차지했던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의 경우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고 6월 반도체 재고 금액은 9248억원(교보증권 반도체업종보고서)으로 종전 사상최고치인 8774억원(2001년 4월)을 경신했다. 이뿐만 아니라 잘 나가던 휴대폰 단말기 업계도 하반기 들어 수출 성장세가 갑작스럽게 둔화되고 있다.

유가마저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올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배럴당 44달러를 돌파했고 조만간 50달러대에 이를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오로지 수입에만 의존해야 하는 한국의 기업들은 유가상승분을 고스란히 비용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수출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이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출기업들이 이처럼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지만 조사를 담당했던 한은 관계자들은 이번 조사에서 업황지수와 실질지수의 괴리가 크게 나타난 것은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8월 제조업 매출증가율 및 가동률 전망치가 비교적 양호하고 재고전망도 7월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 이상으로 불안해하는 기업들의 심리적 불안요소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기업할 수 있는 여건 마련, 기업가정신 북돋우기, 불확실한 정부의 정책해소 등 해결해야 할 국내 이슈들은 명백하다. 수출기업들이 심리적인 공황상태로 빠져들면 그나마 유지되던 한국의 경제성장은 막다른 길목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물론이고 노사가 협력해 심리적인 불안요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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