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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서민 동시마케팅 확산…기업들,소비패턴 양극화로 판매전략 변화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4 11:37

수정 2014.11.07 15:44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패턴 양극화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경기를 타지 않는 부유층(VIP층)은 ‘초고가품’을 여전히 즐기고, 주머니가 얇아진 중산층은 ‘저가품’ 구매에 나서면서 소비패턴이 양극으로 나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상위 10%의 부유층을 겨냥한 귀족 마케팅과 중산층을 향한 ‘이코노믹 마케팅’을 동시에 펼치면서 내수부진 돌파에 나서고 있다.

4일 자동차·가전업계에 따르면 장기불황 속에서도 1억∼2억원대 수입차와 국산 대형차를 비롯해 1000만원대 홈시어터 등 프리미엄제품 수요가 늘면서 초고가품 판매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머니가 얇아진 중산층은 경차 및 소형차를 비롯해 가격이 저렴한 ‘이코노믹 가전’을 선호하면서 저가품 판매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에 올 상반기 중 삼성·LG전자의 500만∼1200만원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40% 정도 증가했다.
동시에 29인치 이하 일반 컬러TV 등 저가품도 지난해보다 30% 정도 매출이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패턴의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이에 비해 100만∼200만원으로 중간가격대에 속하는 29인치급의 고화질(HD) 평면 브라운관 TV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감소했다.

자동차의 경우도 현대기아차의 에쿠스, 오피러스와 쌍용차 체어맨 등 3500cc급 이상 대형차 판매율이 불황에도 불구, 지난해보다 5∼7% 정도 늘어났다. 특히 국내 최고가 수입차(7억원대)인 마이바흐, 롤스로이스가 한국시장 진출 후 1주일도 안돼 각각 6, 8대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부유층의 초고가제품 소비가 잇따랐다. 올 상반기 중 4000cc급 이상 수입차 판매는 3056대로 지난해(1702대)보다 무려 79%나 증가했다.

이와함께 중산층의 저가품 선호현상에 따라 경차 및 소형차 판매율도 지난해 7.9%(12만2000대)에서 올 해는 13%(14만대)로 늘었다. 이에 비해 ‘중간제품’인 1500cc급의 준중형차 판매율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9% 정도 감소했다.

이밖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의류(양복 기준)와 20만원대 이하의 저가 의류 판매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제일모직이 명품브랜드 육성차원에서 출시한 ‘갤럭시 란시미어’ 시리즈는 의류 1벌에 30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란스미어 190)에 달하지만 부유층의 수요가 잇따르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초고가 양복 판매는 지난해보다 2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10만∼20만원대의 저가 양복도 서민들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판매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불황기에 부유층의 초고가품 소비와 중산층의 저가품 구매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소비패턴 양극화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요즘 기업들마다 서울 강남권 등의 부유층 공략을 위한 ‘부자’ 마케팅과 서민들을 겨냥한 이코노믹 마케팅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며 “소비 양극화가 극에 달하면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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