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과거 분식회계’ 사면론 일리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5 11:37

수정 2014.11.07 15:43


증권 집단소송제 시행(내년 1월)을 앞두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만간 정책당국에 건의할 ‘과거 분식해소와 관련된 여러 문제점과 보완과제’는 한마디로 말해 ‘과거 사면’이다. ‘분식회계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재계의 이러한 요구는 ‘자기 방어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분식회계’의 개념과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가 법정 용어가 아님을 들어 ‘회계처리 기준 위반행위’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러나 회계기준 자체가 불합리하거나 현실과 괴리된 부분이 적지 않음을 생각할 때 용어 변경만으로는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집단소송제 시행에 앞서 소송 대상이 되는 ‘분식회계’의 범위를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한 것은 시장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지 기업의 과거 잘못을 재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만약 과거의 ‘분식회계’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일 때는 당연히 사직당국의 수사와 소추를 받아야 하며 따라서 이를 집단소송제 시행과 연계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회계기준상 기준이 명백하지 않은 자산·부채의 평가와 관련된 부문’처럼 기준 해석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배려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어 법정에 서는 것은 곧바로 그 기업이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법정에서 그 진위가 가려지겠지만 적어도 대외적인 신인도가 훼손되는 것은 피할 길이 없으며 이는 그 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내수와 투자 부진으로 경기가 바닥을 헤매는 지금, ‘과거의 오류’로 인해 기업이 집단소송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클 수도 있다.
집단소송제 도입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남소(濫訴)방지에 대한 안전판 설정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규제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져 있는 대기업의 경우 과거의 ‘오류’로 인한 집단소송의 짐까지 지게 된다면 그 파장은 경제 전체로까지 미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기업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집단소송제 도입의 목적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과거에 대한 사면’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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