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실업으로 내몰리는 중개사/박승덕기자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5 11:38

수정 2014.11.07 15:41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 일대 중개업소는 대부분 개점휴업 중이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꽁꽁 얼어 붙은 부동산 시장 때문에 중개업소들이 한숨짓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에서 만난 A공인 사장은 “이 상태로 가다간 수개월 안에 중개업소 열 곳 중 다섯 곳은 문을 닫을 것”이라며 “생계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중개업계에서는 ‘한 건의 거래라도 성사시키면 그 날은 대박’, ‘계약서 쓰는 법도 잊어 버릴 판’이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주택거래 신고지역 지정 이후 서울 강남·송파·강동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거래실적은 지난해보다 70%가량 급감했다.

국민은행의 거래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개업소 100곳 중 1∼2곳에서만 거래가 성사됐다.


이같은 거래시장 공황의 원인은 지난해 10·29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 이어 주택거래신고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 등 거래 자체를 위축시키는 규제정책이 연이어 쏟아졌기 때문이다. 2∼5배 늘어나는 취·등록세 부담과 양도세 부담, 사업 수익성 악화 등으로 집을 사려고도 팔려고도 하지 않아 부동산 중개인들의 시름도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수도권 지역 중개업소가 올해 들어 하루 평균 42개꼴로 문을 닫고 있다. 수도권에 자리잡은 중개업소 4만3000여곳 가운데 상반기에만 모두 7500여개 업소가 문을 닫았다.

서울 도화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년 동안 중개업을 하고 있지만 최근 같은 불황은 처음”이라며 “밑도 끝도 없는 정부정책에 싫증나 업종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이 거래중단을 몰고왔다.
이같은 정책이 영세자영업자에 불과한 대다수 공인중개사들을 실업으로 내몰고 있다. 이제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만 바라보는 자기최면적, 자아도취적 외눈박이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금감면 등 더불어 살수 있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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