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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유가…성장률 조정 불가피]“감세정책등 고려해야”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5 11:38

수정 2014.11.07 15:41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하반기 우리 경제의 성장률 하향 조정과 함께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가장 위협적인 요인으로 여겨지는 고유가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고 큰 폭으로 전개됨에 따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유가급등은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자물가를 자극, 소비 감소를 불러오고 결국 생산이 위축돼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5일 삼성경제연구소는 수출증가세 둔화와 내수회복 지연 등으로 연간 경제성장률을 5.3%에서 5.0%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하반기 경제성장률도 상반기 5.4%에 크게 못미치는 4.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특히 수출증가율이 10%대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4·4분기에는 성장률이 3.8%로 떨어지고 이같은 추세가 이어져 내년에는 3%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소비 및 투자회복을 위해 감세정책이 필요하며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형 제도의 정비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두바이유 기준 35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상흑자 축소와 소비자물가 자극, 구매력 약화 현상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내수 부진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상무는 “정보기술(IT) 경기가 고점을 기록했고 세계 경기도 꺾일 가능성이 높은데다 수출 및 성장의 기술적 반락도 있을 것으로 보여 하반기 경제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을 정부가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8월 중순께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놓을 계획인 금융연구원도 최근의 고유가를 감안해 성장률을 낮출 것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말 추정했던 올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 5.8%는 유가급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걸프전 당시인 지난 90년 3·4분기 일시적으로 두바이 유가가 배럴당 37.75달러까지 치솟은 이래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어서 거시지표 수정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5%대 중반의 성장은 유가 25달러대를 기준으로 한 측면이 있다”며 “만약 두바이유 기준 연평균 유가가 35달러대로 형성된다면 올해 GDP 성장률은 최고 2%,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1%대 감소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과 LG경제연구원의 경우 지난달 초 하반기 경제전망과 연간 성장률 수정전망을 내놓을 당시 국제유가를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 배럴당 35∼36달러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유가는 이같은 전망을 무색케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6월 한달간 평균가격이 배럴당 35달러를 넘어섰고 8월 들어서는 배럴당 40달러를 웃돌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연간 8억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15%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무역수지 흑자는 8억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차원의 생산성·노동·자본정책 등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연구위원은 “우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창업을 적극 활성하고 고용불안도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저축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7월 이후 급등한 국제유가 상황이 지속될지 여부에 따라 정책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당초 전망치를 크게 벗어나 고공행진할 경우 성장률과 물가·내수·국제수지 등 각종 지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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