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PPA 감기약 식약청 제약기업 유착의혹 증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6 11:38

수정 2014.11.07 15:38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 함유 감기약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관련 제약사들이 도덕성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취한 조치와 관련해 국내업계에 이 성분의 판매금지조치를 내렸으나 2001년 7월 1일 돌연 입장을 바꿔 관련 감기약의 유통을 허용함으로써 관련 제약기업들과의 유착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제약기업들 도덕성 시비=PPA 함유 제제에 대한 논란은 이미 4년전에 불거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0년 11월 6일 PPA 성분을 함유한 감기약과 다이어트약이 출혈성 뇌졸중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미국내 제약회사들에 대해 이 성분의 판매금지명령을 내린바 있다.

이에따라 국내 식약청도 이 약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으며 PPA 성분이 있는 감기약 생산 기업 92개사에 대해 자발적인 생산�^판매중지를 요청했다.

문제는 식약청의 급작스런 입장 변화와 제약기업들의 로비 의혹에 있다.


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사들은 PPA 함유 감기약에 대한 시판금지조치가 내려지자 이 성분에 대한 부작용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크게 반발했고 식약청은 이를 받아들여 2001년 7월 PPA성분이 100㎎을 초과하지 않은 감기약 등에 대한 유통을 허용했다.

이에따라 유한양행(콘택600) 대웅제약(지미코) 현대약품(시노카에스캅셀) 등 국내 제약사들은 PPA성분이 100㎎을 넘지 않은 감기약 생산에 앞다퉈 나섰고 문제의 약물을 최근까지 판매해왔다.

특히 유한양행은 식약청이 PPA성분에 대한 위험성을 제기한 이후에 콘택600에 대한 생산량을 더욱 늘린 것으로 밝혀져 국민건강을 볼모로 자사 제품의 판매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예컨대 유한양행의 콘택600 생산실적은 2002년 146억원, 2003년 178억원으로 1년 사이 무려 21.7%나 늘었다.

▲제약기업 식약청 유착의혹(?)=제약기업과 식약청간에 유착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다름아니다.

식약청은 이미 2000년 9월 7일 PPA 함유 식욕억제제를 오·남용 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PPA 감기약이 낱알 판매가 금지된 일반의약품(OTC)이여서 환자들이 다량으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제제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는 당시 즉각적으로 이뤄졌어야한다는 것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또 문제가 된 감기약은 약사의 복약 지도하에 구매하였더라도 그 기준이 초과 투여될 수 있는데도 식약청은 1일 최대 복용량 100mg 이하로 제한해 저용량의 PPA성분 감기약 시판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제약사의 상술에 놀아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식약청과 제약기업과의 유착의혹은 최근 공개된 PPA 성분에 대한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에서도 불거진다.

식약청은 그동안 하루 최대 PPA 복용량 100㎎ 이하인 감기약이 뇌출혈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서울대 의대에 연구 용역을 의뢰했었다.

최근 공개된 연구용역은 지난 2002년 3경부터 9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년4개월 동안 PPA복합성분 감기약과 뇌졸중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데 초점이 맞춰졌고 올해 6월 25일 최종 보고서가 식약청에 전달됐다.

그러나 이 연구사업은 제약협회의 발주로 이루어진 것이고 연구비용 7억여원을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43개 제약회사가 부담했다.

또한 식약청은 최종보고서를 국민들에게 먼저 알리지 않고 지난 7월 16일 관련 제약기업들에 먼저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PPA 성분의 판매중지에 앞서 2000년 10월 22일 열린 FDA자문위원회의 검토 결과가 곧바로 공개돼 국내언론에까지 소개된 바 있는 미국의 경우와는 정반대의 과정을 거친 셈이다.


특히 식약청은 지난해 10월과 올해초 의사협회와 소비자보호원이 각각 PPA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사업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후속조치를 미뤄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국내 질환 사망률이 1위이고 환자가 280만명에 이르는 뇌졸중과 관련된 의약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구사업이 진행중이라 하더라도 우선 PPA 성분에 대한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며 “지난 4년 동안 제약회사들에게는 PPA 감기약 판매를 용인해 준 식약청과 제약기업과의 유착 여부는 반드시 밝혀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임에도 식약청이 지난 7월 31일 상세한 브리핑도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 전부였다”며 “이날은 토요일이자 많은 국민들이 휴가를 떠난 상태여서 사실을 은폐·축소하고자하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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