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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부총리 스태그플레이션 아니라는데…]“고유가로 성장둔화 우려”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6 11:38

수정 2014.11.07 15:38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일부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속 저성장) 우려를 한마디로 일축,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이부총리는 내수회복이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수출둔화를 보완할 수준 정도는 회복되고 있어 경제성장이 올해 5%, 내년에 5.2∼5.3%대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판단했다. 공공요금 안정을 바탕으로 물가도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출 둔화와 유가급등의 파장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내수에 영향을 미친다면 물가불안→소비위축→생산위축→성장둔화 등의 악순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천수답’처럼 가격이 자연스레 떨어지기만 기다려야 하는 유가문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수출, 낙관적인가=이부총리는 이날 내년초까지는 매월 수출이 210억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절대 규모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증한 수출규모를 감안할 때 수출증가율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전망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수출상대국의 금리인상과 성장둔화는 일단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고 중국의 긴축도 예상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영상음향통신기기와 같은 수출주력품목의 시장상황이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의 전년동월대비 생산증가율은 4월 62.2%에서 5월 68.1%까지 올랐다가 6월에는 53.8%로 급락했다. 수출품의 출하지수도 4월 21.9%에서 5월 28.8%로 증가했으나 6월에는 20.6%로 주저앉았다.

하반기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수출 둔화 폭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과 성장 둔화는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제유가의 고공행진도 미국내 소비와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현재의 수출호황이 하반기에는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고 상존 부담=이부총리는 예측을 빗나간 상반기 물가에 대해 자연재해 등에 의한 일시적 현상과 고유가 상황에 원인이 있으며 하반기에는 원상회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오는 9월에는 추석대목과 태풍 등이 연례행사처럼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미뤄왔던 상하수도료 등과 같은 공공요금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체감물가가 쉽사리 나아지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배럴당 35달러대를 넘어선 두바이산 원유가는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4월 이후 시작된 유가상승 랠리는 7월 소비자물가를 4.4%까지 밀어올렸다. 장마와 폭염에 따른 농작물 가격요인이 컸지만 항공료·교통료·유류 등도 대거 올라 유가급등의 후폭풍으로 분석되고 있다.

7월중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 오르는 폭등세를 보이며 5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고물가 대처해야=신연구위원은 생산자물가가 1%포인트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3%포인트 오른다고 지적했다. 요즘 같은 불경기 때는 다소 늦게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1·4∼2·4분기 정도 뒤에 체감물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의 경우 통상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성장률을 0.1∼0.15% 낮추고 물가를 0.15% 끌어올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유가의 영향이 6개월 정도 늦게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고 보면 연말이나 내년초에는 상당한 물가압박 요인이 기다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5일 올 하반기 성장률을 4.6%, 내년은 3.7%로 하향 조정하며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금융연구원 등도 거시지표 조정을 검토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내수와 수출의 국내외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잠재 성장률 달성도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정부가 경제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는 것 외에는 현재 방책이 없다”고 말했다.

/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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