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제약사와 감기약 유착 의혹 증폭]4년전 유해 논란때 뒷짐,식약청 자료도 늑장공개

임호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8 11:38

수정 2014.11.07 15:36


식약청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감기약 성분인 PPA 관련 용역보고서를 뒤늦게 공개하는 등 사태 해결과정에서 여러 의문점들이 나타나면서 식약청과 제약기업간 유착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의혹의 단서는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식약청은 이미 2000년 9월7일 PPA 함유 식욕억제제를 오·남용 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PPA 감기약이 낱알 판매가 금지된 일반의약품(OTC)이어서 환자들이 다량으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제제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는 당시 즉각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시각이다.

또 문제가 된 감기약은 약사의 복약 지도하에 구매하였더라도 그 기준이 초과 투여될 수 있는데도 식약청은 1일 최대 복용량 100㎎ 이하로 제한해 저용량의 PPA성분 감기약 시판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제약기업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뒤늦게 공개된 PPA 성분에 대한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도 의혹투성이다.


서울대 의대에서 실시한 연구용역은 지난 2002년 3월쯤부터 9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 2년4개월 동안 PPA복합성분 감기약과 뇌졸중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데 초점이 맞춰졌고 올해 6월 25일 최종 보고서가 식약청에 전달됐다.

그러나 이 연구사업은 제약협회의 발주로 이루어진 것이고 연구비용 7억9000만원을 유한양행 등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 기업들이 부담했다.

이 때문인지 식약청은 최종보고서를 지난 7월16일 관련 제약기업들에 먼저 공개했고, 언론에는 많은 국민들이 휴가를 떠난 지난달 31일(토요일) 브리핑도 없이 뒤늦게 공개했다.

식약청이 사태를 축소·은폐하려 했거나 제약기업들을 보호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 PPA 성분의 판매중지에 앞서 2000년 10월22일 열린 FDA자문위원회의 검토 결과가 곧바로 공개돼 국내 언론에까지 소개된 점을 감안하면 정반대의 과정을 밟은 셈이다.


식약청은 특히 의사협회와 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10월과 올해 5월 각각 PPA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사업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즉각적인 판매금지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이번 사태와 관련, 복지부와 식약청을 감사원에 감사 청구한 참여연대 관계자는 “국내 질환 사망률이 1위이고 환자가 280만명에 이르는 뇌졸중과 관련된 의약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선 PPA 성분에 대한 사용 중지 명령부터 내렸어야 했다”며 “지난 4년 동안 제약회사들에 PPA 감기약 판매를 용인해준 식약청과 제약기업의 유착 여부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공동대책위 구성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이번 사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