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은행의 車보험판매 신중을/이영규기자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8 11:38

수정 2014.11.07 15:35


‘자동차보험 시장을 30% 이상 뺏긴다. 나아가 6만여명의 설계사와 4만7000여개 대리점중 절반가량이 구조조정되거나 문을 닫는다.’(손해보험업계 주장)

‘현저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2단계 방카슈랑스 연기는 불가능하다.’(재정경제부 입장)

은행에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2005년4월)을 앞두고 손보업계와 정부의 공방이 거세다. 손보업계는 방카슈랑스가 막강한 판매망을 가진 은행의 ‘황금알 낳는 거위’ 역할을 한다며 현실을 무시한 탁상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은행의 우월적 지위 등을 감안할 때 30% 이상의 시장을 잃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전국 10만여 대리점 및 설계사 조직중 절반가량이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되고, 이는 실업자 증가 및 보험산업 붕괴로 이어져 건전한 금융산업 발전에도 역행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나아가 손보사들이 보험상품 납품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팽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과의 제휴에 실패한 중소형 손보사들의 도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손보사는 은행의 보험 진출은 개방해 놓고, 보험사의 은행업 진출은 원천봉쇄하는 현재 금융정책의 ‘맹점’을 비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금융감독당국도 손보사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2단계 방카슈랑스 연기는 그리 녹록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방카슈랑스 주무부처인 재경부를 설득해야 한다. 또 지난해 8월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거쳐 다시 뜯어 고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수십억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전산시스템 정비에 나선 은행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시킬까 하는 점이다.

지금 손보업계는 경기침체 등으로 성장여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보험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출혈경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생보사와의 교차판매 전쟁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에 자동차보험 판매가 허용될 경우 손보사들은 높은 수수료 지불과 함께 시장 잠식이라는 ‘2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편익을 위해 추진된 방카슈랑스가 불완전한 경쟁 등 준비 미숙으로 인해 또 다른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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