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단체수의계약제 폐지 갈등/김경수기자

안만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8 11:38

수정 2014.11.07 15:35



단체수의계약제 폐지를 놓고 정부와 중소기업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자율경쟁을 앞당겨 건실한 중소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정부 논리와 ‘폐지될 경우 당장 도산하게 될 판에 자율경쟁이 무슨 소용이냐’는 중소기업계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김용구 회장은 최근 “현재 단체수의계약제도 혜택을 보고 있는 업체는 1만3000여곳으로, 이 제도가 폐지되면 당장 이들 업체들이 모두 큰 손해를 보게 되며 그 피해는 결국 정부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폐지의 재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도 단체수의계약제가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또 어떤 식으로든지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안될 정도로 중소기업계가 병들어 있다는 데도 중소기업 사장들 대부분이 정부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단체수의계약제를 폐지하는 데는 결사적 반대다.
지난달 말 단체수의계약제 폐지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중소기업계의 실력저지로 무산될 정도로 중소기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중기업계의 주장은 ‘간단한 약으로도 부작용을 제거할 수 있는데 대수술까지 하라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라는 정부의 처방전이 환자인 중기업계가 견디지 못할 정도로 힘들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완고하기만 하다. 정부는 10년 전부터 단체수의계약제 폐지를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중소기업계의 로비로 실패했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폐지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불신과 갈등은 산업현장을 바라보는 중소기업계와 정부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중소기업을 경쟁체질로 개선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고, 중소기업계는 아직도 보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제도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의 처방은 분명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정부는 중소업계 현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시기는 적절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졸지에 사지로 내몰리게 된 중기들이 살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배려가 아쉽다.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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