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현장르포-서울·수도권 입주아파트]수도권 역전세난에 거래 ‘스톱’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9 11:39

수정 2014.11.07 15:34


수도권일대 새 아파트 입주율은 서울권역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절반 이상이 빈 집인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고 매매가가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아파트도 생겨나고 있다.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경기 용인시 죽전택지개발지구는 넘쳐나는 빈집과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들로 인해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인천 서구 검암·검단지구와 경기 고양시 일대 새 아파트의 경우 절반이상이 밤에도 불이 켜지지 않는 집이 수두룩했다.

◇수도권 서·북부, 인천·고양지역=지난 7일 오후 약 2만여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인천 서구 검단·검안·마전·당하·원당지구를 돌아 봤다. 현재 4000여가구가 입주해 있고, 앞으로 1만5000여가구가 새로 들어서는 곳이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이 지역 아파트도 입주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었다. 인천 서구 검암동 검암2지구 ‘풍림아이원2차(718가구)’ 아파트는 지난 5월말부터 입주가 시작돼 2개월이 지났지만 입주율이 70%선에 머물고 있다.

관리사무소 기계설비 관계자는 “열쇠를 갖고 간 사람은 600가구 정도지만 실입주한 곳은 510여가구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코리아랜드공인 우정임 실장은 “7월까지 뜸하게 거래가 됐지만 8월 들어 전무한 상태”라며 “가격은 최고점 대비 2000만원 안팎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풍림2차 32평형 매매가는 1억9000만∼2억원선으로 연초 최고점이었던 2억1000만∼2억2000만원에 비해 2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전세가는 6500만∼700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검암동 봉봉공인 임인순 대표는 “여름철 비수기 여파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검암지구에서 검단사거리 쪽으로 차를 몰아 인천 서구 마전동 검단2지구 건너편에 있는 ‘금호베스트빌(238가구)’ 아파트를 찾았다.

32평형 단일평형인 이 아파트는 지난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입주 가구수는 80가구에 머물고 있었다. 입주율이 33%선에 그친 셈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거의 다 비어 있다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마전동 e-조운부동산 관계자는 “매매·전세물건으로 내놓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며 “금호베스트빌의 경우 분양가 대비 500만∼1000만원 떨어진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32평형 매매가는 1억4500만원선으로 분양가(1억4980만원) 밑으로 내려 앉았고, 전세도 4500만∼5000만원선에 머물러 있다.

마전동 오성부동산 관계자는 “김포신도시와 가깝다는 이점으로 마전지구 일대 아파트값이 그동안 강보합세를 보였지만 김포신도시 축소 발표 이후 실망매물이 쌓이면서 가격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고 귀띔했다.

지난 6월말부터 집들이가 시작된 경기 고양시 벽제동 ‘동익미라벨’ 아파트는 지난 8일 저녁에도 대부분 불이 꺼져 있어 썰렁한 분위기였다. 23∼25층짜리 각 동 라인별로 불이켜진 가구수는 3∼7곳에 불과했다. 여름 휴가철을 감안하더라도 절반 이상이 빈 집으로 남아 있는 것.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가 공식적인 입주시한이었지만 현재 입주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선에 그쳤다. 10집 가운데 6집이 빈 집이다.

26∼35평형 958가구 규모의 동익미라벨은 매매·전세가도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26평형은 1억450만∼1억1450만원선, 32·34평형 1억3500만∼1억5500만원, 35평형은 1억3350만∼1억420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전세가는 26평형이 5500만∼6500만원, 32·34평형이 6000만∼7000만원선이다. 이는 올 봄 이 지역 비슷한 평형의 전세값이 8000만원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00만∼2000만원이 떨어진 셈이다.

인근 고양동 삼성래미안과 현대홈타운 30평형대 전세가격도 모두 6000만원선으로 내려 앉았다.

벽제동 미래공인 김형숙 실장은 “역전세난 여파로 입주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분양 당시 전매가 가능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도 입주율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남부, 용인·화성지역=지난 6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들은 정식 입주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입주율이 50%대 미만에 머물고 있다. 새아파트가 한꺼번에 쏟아지자 전세값도 급락해 1억원이 넘던 30평형대 전세값은 현대 7000만∼8000만원 선에 머물고 있다.

한때 6000만∼6500만원선에 전세물건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러한 급매물은 소화되면서 그나마 안정을 찾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먼저 찾아간 곳은 죽전지구에서 선호도가 높다는 현대홈타운 3차 1단지. 현대홈타운 3차 1단지는 총 1998가구로 죽전지구에서 가장 단지 규모가 크고, 분당 구미동과도 바로 인접해 있어 입지가 양호하다.

지난 7일 현재 입주가구수는 986가구(전체 가구의 49%), 아파트 열쇠 반출은 1530가구(77%)이다. 공식 입주기간이 지난 7월 29일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절반정도가 입주를 하지 못했다. 열쇠마저 찾아가지 않아 언제 입주할지 모르는 가구도 20%가 넘었다.

저조한 입주율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분양대금 완납률은 90%를 넘고 있다. 아파트 담보대출이자가 분양대금 연체이자(1개월 연체시 12.3%)의 절반수준에 불과해 모자라는 분양대금은 은행대출을 받아 납부하는 ‘갈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3차 1단지 입주지원센터 관계자는 “이곳은 죽전지구에서 입주율과 분양대금 완납률이 높은 곳에 속한다”며 “다른 지역은 아직도 입주율이 30∼40%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죽전지구에서도 선호도가 낮은 수도권 남부지역과 인접한 곳은 아직도 저조한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도담마을 현대홈타운 4차 2단지는 254가구 중 93가구가 입주해 36%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고 꽃매마을 현대홈타운 4차 4단지는 342가구 중 142가구가 입주해 41%의 입주률을 기록하고 있다 .

현지 대교공인 관계자는 “낮은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는 곳은 입주율이 높은지역보다 전세값도 1000만정도 낮아 33평형대를 기준으로 6500만∼7000만원선에 전세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입주율이 낮은 것은 최근의 매매·전세거래 부진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홈타운 3차 처럼 분양잔금 납부율은 높지만 입주율이 낮은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입주기간이 한달이 지난 경기 화성시 태안 신미주후레쉬카운티도 총 1164가구 중 400가구 넘게 입주�J 하지 못했지만 현지 중개업소에 나온 매매·전세 물건은 30여가구에 불과하다. 미 입주가구의 90%는 향후 입주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현지 미래공인 관계자는 “자신의 집이 팔리거나 전세가 나가지 않아 이사를 오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현재 부동산시장은 극심한 ‘동맥경화’에 걸려있다”고 말했다.

/ sdpark@fnnews.com 박승덕·전용기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