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M&A증후군’ 심각하다…인수합병 휘말린 기업 사업경쟁력 악화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9 11:39

수정 2014.11.07 15:34


장기간 인수합병(M&A)으로 표류하던 국내업체들이 ‘M&A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M&A 증후군’이란 적대적 인수합병에 휘말린 기업이 경영권방어에 사력을 집중하다가 주인찾기에 실패하면서 주력사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무기력 현상을 일컫는다.

특히 이들 기업은 인수합병 위협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경영목표 1순위로 정해 사실상 보수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따라서 공격적인 설비투자 대신 기존 사업규모를 유지하거나 축소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4일 금융감독원과 M&A 관련업계에 따르면 장기간 인수합병 및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던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오토넷, 남한제지 등 국내업체들이 올 1·4분기 수익성 부진에 이어 상반기 역시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 업체의 경우 임직원의 사기저하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경쟁업체의 연구개발 박차로 시장점유율 하락세에 직면하고 있다.


◇투자못해 경쟁력 하락 우려=올 초 KCC의 잇단 지분확보로 경영권 분쟁을 치룬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주력사업 부진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오티스LG에 이은 국내업계 2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올해 경영권분쟁을 겪으면서 티센크루프동양에 2위 자리를 넘겨주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비공식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시장 점유율 23%대를 유지한 현대엘리베이터가 올들어 20%선에 그쳤다.

오티스LG와 티센크루프동양이 해외본사의 조직시스템을 도입하고 유지보수분야에 진출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으나 현대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오티스LG와 티센크루프동양는 이 분야 매출비중을 각각 40%와 30% 이상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반면,현대엘리베이터는 여전히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SK증권 조주형 애널리스트는 “현대엘리베이터는 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따른 제반비용 등 영향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 개선이 미흡한 상태”라면서 “외국계 기업들이 고부가 신제품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저가 정책을 추구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쟁사 공격경영도 위협=지난해말부터 KTB네트워크와 미국 리어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현대오토넷도 매각작업 중단 이후 최근 재매각 협상에 돌입, 장기국면을 맞고 있다.

당시 매각협상 결렬이 현대기아차에 집중된 매출비중었던 점을 거울삼아 현대오토넷은 이후 미국 완성차 ‘빅3’와 공급협상을 벌여왔지만 본격적인 성과는 답보상태다. 해외 마케팅 담당 ‘전문가 집단’ 의뢰를 통한 해외 거래선 확보 작업을 진행중이지만 이 역시 빅3과 교섭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하는 수준이다.

현대모비스가 운전자정보시스템(DIS) 분야에 적극 뛰어든 것도 큰 부담이다.


남한제지도 개인투자자의 잇단 머니게임성 적대적 인수합병시도로 경영혁신 작업이 늦춰지고 있다.계열사인 풍만제지와의 합병을 수개월 전부터 검토해왔지만 잇단 경영권 방어에 힘을 쏟아 진척이 더딘 상태다.


M&A 전문가인 박성하 변호사(법무법인 다인)는 “IMF 이후 국내 인수합병 열풍이 불면서 구조조정에 따른 M&A 순기능이 기대됐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주인을 찾거나 경영권 방어에 매달리면서 장시간을 허비한 기업들의 경우 사실상 경영운영상 무기력증에 빠져 그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 jjack3@fnnews.com 조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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