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與 “출자제한 폐지 안해”-野 “감세 통해 투자유도”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09 11:39

수정 2014.11.07 15:32


정치권이 경제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당은 출자총액제한제처럼 투자와 관련돼 있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사안을 당론이 확정되기도 전에 성급하게 외부에 ‘흘려’ 기업과 정부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야당은 야당대로 투자활성화 유도를 위해서는 감세정책이 필요하다며 이에 반대하는 정부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정부와 여당이 분명한 정책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주기를 학수고대해온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관망하는 자세만 취하고 있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 철폐 없던일로=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홍재형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는 9일 출자총액제한 폐지는 당론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경제관련 국회 3개특위의 향후 활동방향 등에 관한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융사의결권제한, 금융지주회사법 등에 의한 공정한 경쟁, 기업투명성제고, 기업지배구조개선 정책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날 오전 일부 의원들이 성급하게 출자총액제한 폐지나 완화의 필요성을 흘리면서 불거진 논란의 확산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국회 규제개혁특위 우리당 간사로 내정된 김종률 의원은 “제한한도를 현행 25%에서 40%로 대폭 올리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발언 여부를 확인하는 같은당 김혁규 규제개혁특위위원장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 기자회견으로 논란은 불과 몇시간만에 진화됐다.

김혁규 의원실 관계자는 “언론 보도 출처가 어딘지 몰라도 교섭단체간 특위 구성이 합의도 되지 않았는데 특위가 15개 규제 개선을 추진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의원 개인의 의견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는 특위구성을 야당에 촉구할 예정이었다”면서 “일부 알려진 내용은 특위가 구성되면 하려던 계획의 일부였다”며 분야별 규제개혁 방안 자체를 부인하고 나섰다.

이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비롯한 각종 규제에 관해 우리당 내에 여러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으며 아직 ‘공식 입장’으로 확정되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정위 출자총액규제 로드맵대로=지난 6월 공정거래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9일 “출자총액제한의 완화나 폐지를 위한 당정협의는 전혀 없으며 천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이를 부인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공정위 방침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공정위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틀을 유지하되 예외인정과 적용제외 등 합리적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등 지난해 마련한 시장개혁을 위한 3개년 로드맵에 따라 착실하게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 제도는 다른 회사 출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확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제한을 하는 것”이라면서 “순자산의 25% 이내에서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으며 특히 공장설립, 고용 등 직접투자는 제한 없이 할 수 있다”고 논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과 규제의 통과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여당이 출처가 된 언론보도는 너무 앞서갔다”고 지적했다.

◇감세놓고 정부·여당, 야당과 대립각=여야가 투자에 불씨를 지피기 위한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책이 재정확대로 갈지, 감세정책으로 갈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감세는 세수감소만 초래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세금을 깎아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업들이 선뜻 경영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국면이다.


천정배 원내대표와 홍재형 정책위의장은 이날 “일부에서는 소득세 감면 등을 주장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며 가장 적극적인 경기대응책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라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고 앞서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감세정책에 반대한 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중소기업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3년간 소득세 및 세무조사를 면제하고 생산주체 우대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고무시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론이 경기침체기에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 및 야당과 정부는 이 문제를 놓고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 할 게 불을 보듯 분명하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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