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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의 삶과 도전-박지은<5>]2002년 첫 챔프…마음고생 벗어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0 11:39

수정 2014.11.07 15:31


기대와 관심이 크면 그에 따른 부담도 커지게 마련. 천하의 박지은도 거기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프로 입문 후 얼마되지 않아 박지은은 설상가상으로 부상의 악재까지 겹치게 된다. 반복되는 피로가 쌓여 뼈에 실금이 간 부상으로 그는 한동안 고생을 해야만 했다.

“주변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너무 부담이 컸습니다. 거기에 부응하려고 욕심을 내다 보니 예기치 않았던 부상도 생기고 무리한 게임 운영을 하게 되는 등 여러가지로 미숙한 점 투성이었죠. 돌이켜 보면 모두가 제가 정신적으로 덜 성숙되어서 야기된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박지은이 예전의 모습을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앞에도 언급했듯이 2002년부터였다.
그 해에 ‘시즌 최다 버디’ 기록으로 그는 ‘버디 퀸’이라는 새로운 닉네임을 얻었고 그것은 다음 시즌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제주에서 개최된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 출전해 본의 아니게 언론으로부터 대립각을 세우는 라이벌로 설정된 언니 박세리와 자연스럽게 조우하게 된다. 그 때까지 시즌 무관에 그치고 있던 그는 그 대회 2라운드를 박세리에 이어 2위로 마치고 나서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저 지금 너무나 우승에 목말라 있어요. 어린 나이에 골프를 했고 또 잘했다는 얘기도 숱하게 들어서인지 프로 데뷔 후 초기에는 골프에 대한 애정이 예전만 못했어요. 골프보다는 또래 친구들처럼 남자친구와 데이트도 하고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죠. 어떻게 보면 고등학교 시절과 같은 방황을 약간 했다고나 할까요. 그러다 보니 성적이 형편없을 수밖에요. 그러나 지금은 마음을 잡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잡념을 모두 버리고 오로지 투어에만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정상에 서고야 말겠습니다.”

박지은은 그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는 그 다음주에 일본에서 개최된 시스코월드레이디스매치플레이챔피언십 챔피언에 오르며 자신의 ‘제주선언’이 공수표가 아니었음을 입증한다.

2003년 시즌에 그는 미켈롭라이트오픈 우승으로 시즌 1승에 그쳤지만 총 버디수에서 2년연속 1위에 오르는 등 전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되면서 애니카 소렌스탐, 박세리 등과 함께 미LPGA ‘삼두체제’를 형성했다.


그리고 올 3월29일, 박지은은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후배 송아리(18·빈폴골프)와 마치 매치플레이를 방불케 하는 접전 끝에 승리함으로써 그의 명성으로 보았을 때 상당히 늦은 프로입문 5년만에 메이저 챔프 자리에 등극한다.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무엇보다도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당분간 이 기쁜 순간을 간직하고 싶습니다”라며 짧게 우승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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