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외국인 고용허가제 17일부터 시행되는데…中企 “경영난 가중” 한숨

신현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0 11:39

수정 2014.11.07 15:30


경기 반월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T사 이모(51) 사장은 최근 회사를 계속 운영해야 될 지 고민에 빠져 있다. 10년동안 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최근처럼 벼랑에 몰린 적이 없었기 때문. 싼 임금의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들을 고용해 용케 버텨왔지만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이마저 불가능해졌다.

 이사장은 “고용허가제가 시작되면 당장 외국인근로자들을 내보내야 하는데 현행 규정은 한달 이상 내국인 근로자 채용노력을 한 뒤 외국인력을 채용하도록 돼 있다”며 “그동안 공장은 어떻게 운영하란 소린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오는 17일 본격적인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외국인근로자들을 새로 고용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의 한숨소리가 하늘을 찌를듯 하다. 인건비가 대폭 올라가는 것도 문제지만 인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장가동 공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이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늘어나는 인건비 ‘하소연’=중소기업인들은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더 이상 국내에서는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고용허가를 받은 외국인의 월평균 급여는 130만8000원으로 현재 시행중인 산업연수생의 평균 급여 93만6000원보다 40%정도 상승해 그만큼 부담이 가중된다.

급여외에도 퇴직금, 연월차 수당, 가산수당, 국민연금 등 근로조건이 산업연수생제도보다 훨씬 까다로워 대폭 늘어나는 각종 부담금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감수면서까지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를 계속 채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한숨만 내쉬고 있다.

◇쉽지도 않은 외국인근로자 채용=경기 시화공단에서 플라스틱 주물업체를 운영하는 한모(48) 사장. 산업연수생을 배정 받지 못해 15명의 직원중 5명은 불법 체류자를 쓰고 있다.

한사장은 “불법체류자인 것을 알면서도 고용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인력난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마저 불가능해 진만큼 이제 공장문을 닫든지, 단속을 피해가며 악착같이 외국인근로자를 쓰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중소기업 인력부족은 14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로 인력난 해소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인력정책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새로 도입할 외국인 인력 규모는 고용허가제(2만5000명), 취업관리제(1만6000명), 산업연수생(3만8000명) 등 총 7만9000명이다.

하지만 외국인력 채용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손사래를 친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고용안정센터 등 직업안정기관에 구인신청을 한 뒤 한달 이상 내국인 고용 노력을 의무적으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다.

 ◇불법체류자 양산 등 사태 악화될수도=중소기업인들은 고용허가제의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사업장 변경신고 규정이나 인력부족확인서 발급절차 등 새 제도가 지나치게 단속처벌위주로 돼 있다”며 “휴·폐업이나 임금체불,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면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을 옮길 수 없고, 그럴 경우라도 60일 이내에 새 사업장을 구하지 못하면 떠나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단체행동 등 노사문제 발생 가능성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임금수준이 높아지고 복지혜택이 좋아짐에 따라 이직 현상이 심화, 3D업종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단속은 불법 고용주와 불법취업 알선자 위주로 단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위반정도가 심한 불법체류자 고용주, 상습불법고용주, 불법취업 알선 브로커, 인권침해 사범 등에 대해서는 형사입건 후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shs@fnnews.com 신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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