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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CEO 초대석]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인터넷가능한 모든기기 보호백신 개발”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1 11:44

수정 2014.11.07 15:28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은 ‘영혼이 있는 기업’을 지향한다.

“우리 회사는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닙니다. ‘자신’을 위한 기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기술 개발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특히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한 기업에서 같은 생각을 공유해 가면 그건 정신, 영혼이라고 부를 수 있고 그런 기업은 영혼이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안철수연구소는 해외 시장의 확대와 사업분야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그는 바이러스 백신에서 벗어나 네트워크 보안으로 영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목표는 세계 10대 보안업체로 발돋움하는 것. 최고가 되려는 욕심이라기보다는 10위 안에 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는 목표다.


국내 백신업계의 미래를 위해 대형 외산업체의 1000만달러 인수 유혹도 뿌리치고 국내 백신업계의 맏형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안사장을 11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사옥에서 만나 보안업계 현안에 대해 짚어봤다.

―그간 의사에서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는데, 결단의 순간에 힘든 일은 없었는지.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기 이전에는 낮에는 의학공부를 하고 새벽에는 백신을 제작했다. 해마다 바이러스 발생건수늘 늘어났다. 의사와 바이러스 백신 제작자란 길을 걸어오던 7년째, 어느 한쪽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주위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도움이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당시 내 의견을 존중해준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 가족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갖고 살아간다. 가족들의 배려가 내가 갈등을 겪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지난달 한중일 IT장관회의에 국내 벤처기업 CEO 대표로 참석했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3국간 공통 협의 사항 6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2번째가 보안이었다. 중국측은 공무원과 실무자까지 참석해 보안사업과 관련된 실리적인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의제를 갖고 토론을 벌였다. 반면 일본쪽은 정부 차원에서 이야기할 주제가 많았기 때문인지 민간인 참석은 배제됐다.

이번 회의에서 보안분야에 얻은 결론은 3국간 상호협력체제 강화였다. 바이러스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정보공유를 통해 신속하게 대처해 국가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보안의 경우 우리나라가 가장 필요한 것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다. 인터넷이 정보기술(IT)의 기간도로처럼 퍼져있는 우리나라에서 보안사고가 터지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쪽의 역할도 분명하지 않았고, 민간업체들도 작은 업체들끼리 경쟁하는 양상을 띄다 보니 서로 협력이 잘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최근 ‘2만불 시대를 위한 두가지 키워드’라는 칼럼으로 국내 SW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칼럼에서 거론한 바와 같이 아직도 SW저가 수주경쟁이 판치는 것이 국내 SW산업의 현주소다. SW산업은 전체 산업의 종속변수다. 산업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발주’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이것만 진행해도 하드웨어에 묻혀서 팔리게 되는 ‘SW 저가낙찰’을 방지할 수 있다. 일본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는 구조인데도 저가입찰 관행이 거의 없다.

똑같은 SW산업인데 외국에선 왜 그런 파행이 일어나지 않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문화적인 차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제도나 관행 때문이라면 외국의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해야 우리나라 SW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이는 정부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보안업계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닷컴기업이 어려웠다가 지난해 초반부터 다음, NHN 등의 기업 평가가 상당히 좋아졌다.닷컴기업이 회생한 이유는 세가지 있다. 첫째, 경쟁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고, 둘째, 초고속 인터넷이 구축됐다. 셋째, 사용자들이 성숙했다.

보안 산업도 마찬가지다. 보안은 인터넷 기반산업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닷컴 회생시기와 맞물려 돌아갈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보안산업도 닷컴기업만큼 성장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보안성장률이 가장 높다. 현재 IT 인프라 투자가 거의 끝난 선진국은 보안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언젠가 한국도 미국과 일본처럼 전반적인 IT인프라 투자가 끝나면 보안을 투자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서 경쟁력 있는 업체가 무슨 제품을 만드느냐가 가장 관건이 될것이다. 닷컴도 수십개에서 5개업체정도가 살아남아서 국내 인터넷산업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안시장도 그렇게 정리되는 과정이 반드시 다가올 것이다.

―최근 순수보안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계까지 보안시장에 합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안업계에 어떠한 영향이 있으리라고 예상하는가.

▲약 3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시장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운영체제(OS)업체가 보안에 손대기 시작했으며, ‘시스코’로 대표되는 인터넷 장비업체들도 보안영역으로 급속히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또 IBM이나 휴렛팩커드(HP) 등 대형 시스템서비스업체들도 보안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보안은 글로벌 마켓 차원에서 보면 엄청나게 큰 규모의 경제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내부에서 제살깎기 경쟁만 하고 있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국내에선 바이러스 백신만 국내업체가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선 외산업체가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문제점중 하나가 동종기업은 수없이 난립해도 개별기업이 쉽게 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계 강자들이 부실업체만 남기고 국내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몰려오고 있다. 그래서 국내 보안산업도 빠른 시일 내에 시장 정리가 필요하다. 여기엔 원천기술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들어 보안업계 해외진출이 수익증대의 중요한 포석으로 인식되고 있다. 안연구소의 해외진출 전략은.

▲보안업계에 있어 해외시장 진출은 필수적인 요소다. 해외진출과 관련한 두가지 키워드를 뽑으라면 ‘선택’과 ‘전략’을 들 수 있다.

인류 전쟁사를 보면 화력이 강한 쪽이 이겼지, 소수의 병력으로 전략이 좋아서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보다 몇배 큰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할때 그들이 10개국에 지사가 있다고 우리도 10개국에 지사를 둔다는 것은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의 해외전략의 핵심축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시장만을 선택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두개 시장이 어느정도 성숙된다면 미국쪽으로 눈을 돌릴 예정이다.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우리는 차별화한 상품으로 시장을 쪼개서 가져가는 ‘디세그멘테이션(desegmentation)’을 쓰고 있다. 글로벌 마켓에서 1위 업체는 시장을 통째로 가져가려 하지만 나머지 하위 업체들은 그걸 쪼개 갖는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블로킹 서비스’ 같은 것이 이 디세그멘테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나온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안연구소의 장기적인 사업계획이 있다면.

▲안연구소의 존재 이유는 모든사람들이 기술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핵심이 보안이기 때문에 보안사업에 일단 총력을 다할 생각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10년동안 시장점유율 65%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부분은 변동이 없으리라고 본다.


두번째 성장엔진인 해외사업의 경우 신제품 개발을 통해 3∼5년 후에 성공적인 수출상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 회사 목표는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보안 시장 10위안에 드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모바일 백신을 개발했듯이 앞으로는 인터넷에 접속되는 다양한 가정용기기들을 보호하는 백신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대담=김병호 부국장·IT전문기자
/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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