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평등주의 덫’에 걸린 한국경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1 11:44

수정 2014.11.07 15:27


우리경제가 평등주의라는 정치논리의 덫에 걸려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중견 경제학자의 경고가 주목을 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국제회의에서 “한국은 지금 기본적인 경제원리가 결여된 채 평등주의라는 주술에 걸려 정체성을 잃고 있다”면서 “평등지향 정치가 한국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좌원장은 “사회에 기여한 부자들에 대한 혜택은 당연한 것인데, 한국적 민주주의가 경제성과를 획일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좌원장은 지금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반시장경제, 반기업정서, 반부자정서, 성장보다는 재분배를 중시하는 경제정책 등을 우려한 것으로 우리도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현정권의 정체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고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우리의 경제정책이 ‘좌편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해외 유명투자회사들의 지적도 잇따르는 형국이다.
부동산, 노동 등 일부 정책은 반시장주의로 돌아선지 오래고 반기업정서, 반부자정서도 고착화되는 느낌이다. 정부�^여당은 이런 분위기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현금보유를 늘리고 부자들이 해외로 돈을 이전시키는 것도 요즘 우리사회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러니 소비와 투자는 꿈쩍 않고 경기회복은 미동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래가지고는 우리경제가 회생의 길로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경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경제해법에 대한 인식과 차이는 다양하지만 시장논리와 원칙은 확고히 해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말끔히 사라지게 된다. 좌원장이 “시장경제가 우리 인류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민주주의는 200년 역사밖에 안돼 아직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시장경제에 대한 재정립을 촉구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경기회복이다. 그러러면 행정수도 이전논란이나 성장 또는 분배 등의 문제에 현실성 있는 시장친화적 정책을 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런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고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우리경제에 백해무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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