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정신 못차리는 제약협회/임호섭기자

임호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1 11:44

수정 2014.11.07 15:26


뇌졸중 유발성분인 페닐프로판올아민(PPA) 함유 감기약 파동 이후 한국제약협회가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문제를 조기 해결하기보다 덮는데 급급하다보니 사태가 갈수록 꼬이는 양상이다.

고려제약의 PPA제제 감기약 관련 광고가 한 사례다. 고려제약은 최근 ‘자사의 감기약에는 PPA 성분이 들어 있지 않으니 안심하고 복용하라’는 내용의 대중광고를 잇따라 내보낸 바 있다.

이 광고는 광고사전심의를 거치지 않고 이뤄진 것으로 약사법과 식약청 고시 등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현행 의약품대중광고 관리기준은 광고를 게재하기 전에 제약협회의 광고사전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협회는 식약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할 수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 까닭일까. 협회는 이번 광고문제를 심의하기 위해 열린 심의위에서 ‘위법성을 인정한다’면서도 처벌은 경고수준에 그쳤다. 특히 이번 광고는 ‘타사의 불행을 이용한’ 얄팍한 상혼이었다는 업계 내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함으로써 협회 스스로 공익성을 저버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약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의약품광고심의위를 공정한 외부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약협회는 PPA 성분의 뇌졸중 유발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서울대 의대 용역건과 관련해서도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이 용역은 유한양행 등 회원사들이 비용을 부담해 협회가 창구역할을 했지만 협회는 기업별 용역비 부담내역 공개를 극구 꺼리고 있다. 용역비 내역이 공개되면 관련 기업과 식약청간 유착 의혹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의혹은 더 부풀고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된다. 협회는 이번 참에 용역비 일체를 공개하고 고해성사를 하는 것이 어떨까.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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