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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첩]카드사장단의 집단외유/박대한기자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 문제로 불거진 카드사와 유통사간의 대결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나 비씨카드 모두 일시적 영업피해는 감수하더라도 이번에야 말로 본때를 보이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극한 갈등이 증폭되면서 타협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당연히 이 싸움의 피해자는 고객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1∼2개 카드만을 집중해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카드결제를 거부당할 때의 황당한 심정이 대충 짐작이 간다.

이처럼 경제활동을 하는 대다수 카드 소지자가 한순간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비상상황인 데도 일부 카드사는 이번 사태를 강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카드사 사장들이 다음주 초 한꺼번에 자리를 비울 것이란 소식은 카드사의 무신경을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내용은 이렇다. 일부 카드사 사장들은 다음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비자인터내셔널 정기이사회 참석차 대거 출국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이사회에는 전세계 비자카드 제휴사중 이사들이 모두 참석하며 비용은 비자측에서 전액 부담한다. 일부는 귀국 길에 그리스 아테네에 들러 폐막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 훨씬 전인 2개월 전부터 준비해온 행사인 데다 내년 예산과 주요사업을 다루기 때문에 불참하면 한국업계만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사회에 대리참석은 있을 수 없으며 한국카드업계의 위상을 제고할 절호의 기회”라고 해명했다. 출장의 명분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시점이 문제다. 수수료 분쟁으로 카드결제 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게 돼 정확한 의사결정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통업계를 벌집 쑤신듯 발칵 뒤집어 놓고 카드사 사장들이 해외출장에 나서도 될까. 답은 고객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 pdhis959@fnnews.com 박대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