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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아테네올림픽]아테테여,우리에게 우승의 영광을…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2 11:44

수정 2014.11.07 15:25


‘신화의 땅’ 그리스에서 2004아테네올림픽의 성화가 밝았다.

지난 1896년 제1회 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108년만에 그리스 아테네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세계 최고 스타들이 신기록이라는 올림픽 신화를 쓰고 있다. 손기정-황영조의 뒤를 잇는 ‘한국 마라톤’의 희망 이봉주를 비롯해 이번 아테네올림픽을 빛내고 있는 월드스타들의 면모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 ‘마라톤 영웅대결’… 이봉주 Vs 폴 터갓

손기정-황영조의 뒤를 잇는 ‘한국 마라톤의 영웅’ 이봉주는 신화의 땅에서 새로운 마라톤 신화를 탄생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봉달이’ 이봉주의 최대 맞수는 남자 마라톤 세계기록(2시간4분55초) 보유자인 폴 터갓(35�^케냐). 하지만 아프리카 선수인 터갓이 더위에 약한데다가 이봉주가 어느 대회때보다도 착실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근대 올림픽 1세기를 빛낼 ‘아테네 평원의 영웅’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봉주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터갓은 지난 5월 인터뷰에서 “날씨와 코스로 볼때 보스턴마라톤에서 강했던 이봉주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말해 두 마라톤 영웅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빈민가 출신으로 많은 케냐 선수들이 그랬듯이 구호기관의 식량 원조를 받아 주린 배를 채워야 했던 터갓은 마라톤 지존 자리에 오른 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조국의 기아 퇴치 운동에 투신해 ‘길거리 아이들의 수호 천사’를 자처했다.

국제식량계획(WFP) 기아퇴치 대사로 활동 중인 터갓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봉주 못지않게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스컨트리로 육상에 발을 들여놓은 터갓은 마라톤과 1만m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였지만 작년 베를린마라톤에서 ‘마의 2시간 5분’을 돌파하기 전까지 한동안 ‘영원한 2인자’에 만족해야 했다. 마라톤에서 할리드 하누치(미국), 트랙에서는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모로코)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의 주요 마라톤을 싹쓸이하면서도 유독 올림픽 마라톤에서 노 골드에 머물고 있는 케냐의 한을 풀 임무도 그의 두 다리에 부여됐다.

마라톤은 뛰는 당일의 날씨와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근대 올림픽 100년을 기념하는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봉달이’ 이봉주가 “엄니, 저 금메달 먹었어요”하는 승전보를 기대한다.

◇ ‘바람보다 빠른 사나이’ 모리스 그린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와 2000년 시드니올림픽 2관왕의 모리스 그린은 아테네올림픽 육상에서 ‘바람보다 빠른 사나이’이라는 수식어를 자신의 이름 앞에 당당히 붙이기를 희망한다.

그린은 미국 올림픽대표 선발전에서 9초91에 결승선을 끊어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린이 99년 9초79로 세계기록을 세운 뒤 ‘인간 한계인 9초60을 깨뜨리겠다’고 공언했던 당시의 스피드를 거의 회복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96년 여름 ‘스타 제조기’ 존 스미스 코치를 만나면서부터 인생이 바뀌었다.

평범한 선수를 ‘탄환’으로 개조하는 스미스의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소화한 그린은 어느덧 초당 14m80을 달려 칼 루이스(14m30)를 능가하는 순간 스피드를 내게 됐다.

그러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다 혜성처럼 등장한 몽고메리에 밀려 한동안 트랙을 떠나 있었던 그린은 지난 4월 10초04로 조심스럽게 재기의 나래를 펴기 시작, 이후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끌며 ‘아테네 탄환대결’ 우승 0순위로 꼽히고 있다.

경기 전 머리를 빡빡 밀어야 좋은 기록이 나온다는 징크스를 갖고 있는 그린은 “달리는 것 자체가 좋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아테네의 정상을 향해 질주한다.

◇ 수영지존 도전하는 ‘인간어뢰’ 이안 소프

‘인간 어뢰’로 불리는 호주의 수영선수 이안 소프(21)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빛물살로 ‘수영 지존’에 도전한다.

소프는 4년 전 열린 시드니올림픽에서 당시 17세의 어린 나이에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수영 신동’을로 칭송됐다. 특히 그는 출중한 수영 실력 뿐만 아니라 수려한 외모와 훤칠한 키, 세련된 매너를 과시하며 대형 스타 탄생을 알렸고, 올림픽 후에는 광고 모델 등으로도 활약하면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4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된 소프는 지난 시드니 올림픽대회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자유형 100m, 200m, 400m와 계영 3종목에 출전, 다관왕을 노린다. 특히 미국의 신예 펠프스와 양보할 수 없는 한판을 벌이는 자유형 200m는 올림픽 최고의 ‘빅카드’로 벌써부터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영 선수를 지낸 누나의 손에 이끌려 8세 때 수영을 시작한 소프는 197㎝, 95㎏의 당당한 체구와 함선의 추진 프로펠러를 연상시키는 350㎜에 달하는 왕발에서 나오는 강력한 파워, 무려 190㎝에 달하는 긴 팔을 앞세운 스트로크가 일품이다.

◇ ‘축구 신동’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리틀 호나우두’로 통하는 포르투갈의 축구신동 크리스티아누스 호나우두. 에우데르 포스티가(FC포르투), 티아구 멘데스(첼시), 골키퍼 조세 모레이라(벤피카)와 함께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그는 포르투갈을 단숨에 우승 0순위에 올려놓았다.

1985년 2월생으로 아테네올림픽에서 만 19세6개월이 되는 호나우두는 유로2004에서 자신보다 8개월 어린 잉글랜드의 ‘원더 키드’ 웨인 루니(에버튼)가 먼저 골 폭풍을 몰고오자 네덜란드와의 준결승에서 1골1도움을 올리는 원맨쇼로 ‘루니 바람’보다 더 강력한 후폭풍을 몰아쳤다.

유로2004에서 2골2도움으로 발군의 활약을 펼쳐 13살 많은 ‘골든 제너레이션’ 루이스 피구(레알 마드리드)의 뒤를 이을 간판 스타로 우뚝 선 그는 스피드와 개인기, 골 감각을 겸비해 실력도 실력이지만 깎아놓은 듯한 마스크에 보기좋게 발달한 근육질 몸매가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체조의 여왕’ 스베틀라나 호르키나

‘체조여왕은 사라지지 않는다.’

빼어난 미모의 러시아 기계체조선수 스베틀라나 호르키나(25)가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이단평행봉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는 호르키나는 진정한 체조여왕을 가리는 개인종합에서 내심 우승을 바라고 있다.
세계선수권과 유럽선수권 개인종합은 우승해봤지만 올림픽에서는 번번이 운이따르지 않아 이번 아테네 개인종합이 은퇴 전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 개인종합을 3차례 석권한 선수는 지금까지 남녀를 통틀어 호르키나가 유일하며, 유럽선수권 개인종합에서 3차례 우승한 선수도 은퇴한 ‘체조요정’ 나디아 코마네치 밖에 없다.


호르키나의 저력은 단점을 경쟁력으로 바꿔놓는 창의력과 표현력. 큰 체격(164㎝)에도 불구하고 크고 시원한 자신만의 동작을 만들어낸 데다가 빼어난 미모를 더하면서 연기의 예술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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