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 가다-남극일기]남극의 대자연,인간 욕망 벗긴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2 11:44

수정 2014.11.07 15:25


【퀸스타운(뉴질랜드)=정순민기자】미지의 신대륙을 향한 한국영화의 도전이 시작됐다. 지난 7월5일 뉴질랜드에서 첫 해외촬영에 돌입한 ‘남극일기’(제작 싸이더스·연출 임필성)는 한국영화 최초로 남극탐험에 도전하는 총제작비 82억원의 블록버스터.

지난해 1월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탐험대장 최도형 역)와 ‘올드보이’의 유지태(탐험대 막내 김민재 역)를 일찌감치 캐스팅한 ‘남극일기’는 단편영화 ‘소년기’ ‘베이비’ 등으로 촉망받고 있는 ‘뉴가이’ 임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2004년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다.

지난 9일 뉴질랜드 남섬의 휴양도시 퀸스타운에서 50㎞ 남짓 떨어진 스노팜. 해발 1700m에 이르는 스노팜은 사방이 온통 눈으로 뒤덮혀 있어 마치 남극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어켰다. ‘실미도’의 눈밭 전투장면을 찍기도 했던 이곳은 피터 잭슨 감독의 판타지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 중 일부를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반지의 제왕’에 참여했던 뉴질랜드측 현장프로듀서 브리짓 버크를 비롯해 미니어처 등을 제작한 피터 잭슨의 웨타워크숍, 특수효과를 맡은 NZFX 등이 ‘남극일기’의 험난한 여정에 동참해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남극일기’의 첫 시나리오가 쓰여진 것은 지난 99년 가을. 한 남극탐험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있던 임필성 감독은 끊임없이 낮만 계속되는 공간, 하얀 눈밭과 새파란 하늘 외엔 아무 것도 없는 배경, 철저하게 고립된 행군을 할 수밖에 없는 탐험대원들의 한계상황 등을 소재로 썩 괜찮은 상업영화 한 편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극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흔히 극한상황에 놓인 인간들을 전면에 내세운 휴먼드라마를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남극일기’는 남극과 탐험에 관한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자연의 스펙터클에 함몰된 영화도, 인간승리의 휴먼드라마도 아니다.

임필성 감독은 “대자연을 상대로 한 인간의 욕망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를 서스펜스와 호러 등의 영화적 장치를 통해 전달하게 될 것”이라면서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미지의 존재로 그려지는 남극과 인간이 대결하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액션을 주요 볼거리로 내세운 ‘K2’나 ‘버티컬 리미트’ 류의 산악영화도 아니다.
탐험대장 역을 맡은 송강호는 “이 영화가 눈덮힌 산을 배경으로 한 단순한 액션영화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극한상황에 맞닥뜨린 인간 내면의 집념과 공포, 그리고 근원적 욕망 때문에 빚어지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정교하게 묘사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단번에 캐스팅에 응했다”고 말했다.

‘남극일기’는 오는 25일까지 전체분량의 55%를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뒤 국내로 다시 현장을 옮겨 나머지 분량을 오는 10월말까지 경기 남양주 종합촬영소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온통 새하얀 눈밭에서 펼쳐지는 6명의 사내들의 이야기를 전할 ‘남극일기’는 내년 상반기 중 개봉된다.

/ jsm64@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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