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연합】‘신(神)들의 도시’에서 올림픽 성화가 성스럽게 타올랐다.
제28회 하계올림픽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닻을 올린 이후 사상 처음으로 202개 회원국이 빠짐없이 참가한 가운데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 땅의 아테네에서 14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2시45분 화려하게 막을 올리고 16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아테네에서는 1896년 제1회 올림픽이 열렸지만 올림픽 성화는 1928년 암스테르담올림픽 때 등장한 것이어서 아테네에서 성화가 타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6년 동안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성화를 채화했던 땅이지만 정작 올림픽 스타디움에 처음 성화대를 마련한 그리스인들은 이에 따라 ‘전통의 재연’에 초점을 맞춘 ‘인간 중심의 대회’를 내세워 각국 선수단과 올림픽을 지켜보는 전인류에게 풍성한 문화와 역사의 향기를 선사했다.
특히 남북한 선수단은 식전행사 후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깃발 아래 입장, 지구촌에 다시 한번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파란색 상의와 베이지색 바지, 그리고 오륜기를 상징하는 색동 넥타이로 단복을 통일한 남북한 선수단은 202개국 가운데 84번째로 입장, 개막식 하이라이트로 등장했다.
배구 선수 구민정(남측)과 농구 선수 출신 임원 김성호(북측) 등 남북한 선수단 공동기수는 대형 한반도기를 들고 선수단을 이끌었다.
개막식을 마친 각국 선수단 1만5000여명의 선수들은 14일부터 28개 종목에 걸린 301개의 금메달을 놓고 아테네 내외곽에 들어선 38개 경기장에서 뜨거운 경쟁에 돌입했다.
한편, 금메달 13개 이상을 따내 2000시드니올림픽(종합 12위) 때 내줬던 세계 10강 재진입을 목표로 한 한국은 금빛 총성을 울릴 것으로 기대되는 사격을 시작으로 유도와 핸드볼, 탁구, 양궁, 태권도 등 24개 종목에서 메달 사냥에 나섰다.
금메달 사냥의 선봉장은 사선에서 금빛 과녁을 겨눌 여자 ‘총잡이 듀오’ 조은영과 서선화(이상 울진군청). 여자 10m 공기소총에 출전하는 둘은 ’92바르셀로나올림픽 때 대회 1호 금메달리스트가 됐던 여갑순의 신화 재현을 위해 14일 오후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이어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던 ‘작은 거인’ 최민호(60㎏급·창원경륜공단)가 같은 날 밤 늦게 2000시드니올림픽 때 ‘노골드’ 수모를 당한 한국 유도의 한을 푸는 금빛 한판에 도전한다.
15일 하루 숨을 고른 뒤 16일 다시 과녁을 명중시킬 기대주는 천민호(경북체고). 프레올림픽인 올해 아테네월드컵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세계 주니어신기록을 세운 뒤 지난 6월 밀라노월드컵에서도 우승한 천민호는 여세를 몰아 올림픽 정상을 노크한다.
또 같은 날 2003세계선수권 남자유도 73㎏급 챔피언인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마사회)도 금메달을 메쳐 한국의 ‘골든데이’에 힘을 보탠다.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여자양궁 2관왕에 도전하는 ‘신궁’ 윤미진(경희대)이 개인전에서, 2003세계유도선수권 남자 90㎏급 정상에 올랐던 ‘인간탱크’ 황희태(마사회)가 18일 사이좋게 금메달 합창을 꾀한다.
20일 새벽에는 세계 최강의 배드민턴 혼합복식 ‘골든듀오’ 김동문(삼성전기)-라경민(대교눈높이)조가 올해 14개 대회 연속 우승과 70연승의 상승세를 발판삼아 올림픽까지 평정할 기세여서 국민들이 잠을 설치게 만든다.
메달 레이스가 중반으로 접어드는 20일과 21일에는 각각 효자종목인 양궁이 남녀 단체전에서 차례로 금빛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전통적 메달 박스인 레슬링은 25일 그레코로만형의 66㎏급의 김인섭과 28일 자유형 84㎏급의 문의제(이상 삼성생명)가 금맥 잇기에 나선다.
27일부터 금메달 캐기에 나서는 태권도는 여자 57㎏급의 장지원과 남자 68㎏급의 송명섭(경희대·이상 27일), 여자 67㎏급의 황경선(서울체고·28일), 남자 89㎏ 이상급의 문대성(삼성에스원)이 차례로 종주국 자존심을 위한 금빛 발차기를 시도한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는 대회 마지막 날인 29일 고대 그리스 병사 필리피데스가 달렸던 클래식 코스를 지나 7만여명이 운집한 올림픽메인스타디움에 맨먼저 들어서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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