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두리·연지곤지 재미있어”…입양인 6쌍 재외동포재단 초청 전통혼례 체험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5 11:45

수정 2014.11.07 15:19


【수원=연합】주악이 울려퍼지고 청사초롱을 든 아이들이 입장하면 사모관대를 한 신랑과 연지곤지 찍고 족두리를 쓴 신부가 뒤를 따른다. 주악이 끝나면 신랑 신부는 손씻음을 한 뒤 집례자의 구령에 따라 초례청에 오르고 전통 예절에 따른 결혼식은 시작된다.

지난 10일 경기 수원 경기중소기업지원종합센터에서는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이광규) 초청으로 모국을 방문한 입양인들이 전통혼례 체험을 했다. 경기문화재단 주관으로 열린 이날 전통혼례 체험에는 김차돌(스웨덴명 마티아

스 차돌), 정인숙씨(벨기에명 인옥 예븐) 커플을 비롯한 6쌍의 입양인들이 참가했다.

전통혼례 절차에 따라 결혼 체험을 한 프랑스에서 온 정의철(티에르 파랑), 이슬기씨(노브렝 줄라이) 커플은 “진짜 결혼하는 것 같다. 사모관대와 족두리가 어색하긴 해도 평생에 한번 있는 결혼식에 입는다고 생각하니 참을 만 했다”면서 “앞으로 결혼식에서 전통혼례를 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독일과 호주에서 각각 참가한 서호동(클로렌 데이비드), 최인애씨(인애 마리) 커플은 “직접 혼례를 올려보니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 있다. 한국인 여자와 남자 친구를 만나면 전통혼례를 한번 고려해 보겠다”며 웃었다.


이날 전통혼례에 참가하지 않은 입양인들은 시종일관 웃고 박수를 치며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축제분위기를 돋웠으며 진지한 자세로 메모를 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온 김효순씨(53)는 “전통혼례를 올리고 싶었는데 사정 때문에 못했다”며 “전통혼례를 치르는 것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전통혼례 체험은 표주박 술잔을 단번에 들이마셔 관람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신랑,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연지곤지가 떨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한 신부, 맞절 행사 때 너무 일찍 절을 마치고 일어나 뒤늦게 절을 하고 일어서는 신부를 기다리는 신랑 등 입양인 예비 신랑 신부들의 실수가 연방 터져나와 웃음꽃을 가득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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