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경기회복,자신감만으로 가능한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5 11:45

수정 2014.11.07 15:18


노무현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자신감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시의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건국 이래 최대의 경제위기’라고까지 불렸던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서민 경제의 실상을 감안하면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역량에 대한 신뢰와 미래에 대한 자신감 회복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그러나 ‘호소’와 ‘구호’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져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지난 몇년간 우리는 일본보다 더 확실하게 구조조정을 해왔고 혁신과 창의력이 주도하는 경제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면서 우리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지적한 것은 바로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미래 경쟁력의 원천인 기술력과 효율적인 시장시스템, 민주주의 문화 등 어느 면에서나 우리가 중국보다 더 발전된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노대통령의 지적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현실에 대한 노대통령의 진단은 그러나 아쉬움을 남긴다. 대통령 스스로 시인했듯이 지금 문제는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길은 경제를 살리는 방향의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유지해온 일자리창출과 투자활성화 등 민생회복 노력이 곧 결실을 거둘 것이라는 대통령의 지적이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는 그동안의 실적이 실망스럽다. 청년실업자는 갈수록 늘어가고 운영난에 가게를 처분하려는 자영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해 들어놓은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도 많다는 최근의 보도는 미래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어려움이 더 크다는 것을 뜻한다.

8·15 경축사에 구체적인 민생안정대책이 포함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기는 하다.
그런 정책이야 경제관련 부처에서 마련하고 공표돼야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축사에 아쉬움을 표하는 것은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안보와 외교, 그리고 굴절된 역사를 바로잡는 등 거시적인 국정방향도 중요하지만 ‘자신감 회복’을 위한, 특히 경제분야에서의 그것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한마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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