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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세계 첫 파이넥스 상용화설비 착공]친환경 제철기술,세계시장 주도권 선점

이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7 11:45

수정 2014.11.07 15:13


【포항=이지용기자】 “철강기술독립 만세.”

17일 경북 포항제철소의 파이넥스공법 상용화 설비 착공식 현장에서 이구택 회장의 시삽과 함께 뜨거운 함성이 울려퍼졌다. 지난 100년 동안 유지돼온 기존 ‘고로공법’의 패러다임이 부서지는 순간이다. 30년 전 일본의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한 한국의 철강기술이 ‘독립’을 선언한 역사적 산업현장이다.

포스코의 이번 파이넥스(FINEX)공법의 상용화 설비착공은 ‘쇳물은 고로에서 생산된다’는 철강산업의 일반적 기술패러다임 자체를 바꾼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원가부담 측면에서 기존 고로공법 대비 탁월한 경제성은 물론 철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환경오염물질의 발생을 대폭 감소시켜 ‘철은 친환경 소재’라는 인식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이같은 친환경적 독자 제철기술확보를 통해 포스코는 향후 중국, 인도 등 해외 철강시장 진출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특히 해외진출시 설비비용 감소 및 기술로열티 수입 등의 막대한 부가가치 효과를 거둬들이며 한국철강산업의 위상을 제고하는 성과 또한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포스코, 세계 철강사 다시 쓴다=파이넥스공법은 기존 용광로공법과 달리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직접 사용하는 신제철공법이다. 고급 원료 매장량 감소에 따라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 철강국에서도 앞다퉈 개발에 나섰던 ‘차세대 신제철 기술’이다.

일본은 ‘DIOS법’, 호주 ‘HISMELT법’, 유럽 ‘CCF법’, 브라질의 ‘TECNORED법’ 등 기존 연구사례는 다양했지만 연산 80만t 규모로 상업화를 추진중인 호주의 HISMELT법을 제외하고는 모두 흐지부지된 상태다. 포스코는 호주보다도 먼저 상업화에 성공, 명실공히 세계 톱 수준의 기술개발력을 공인받게 됐다.

특히 포스코가 지난 90년대 초반, 기술개발 10여년만에 새로운 제철기술인 파이넥스공법 개발에 성공한 것은 내적 성장속도가 이미 글로벌 수준을 뛰어넘었음을 의미한다.

또 이번 150만t 규모의 1기 설비에 이어 2010년쯤 포항제철소 노후 고로들을 차례로 파이넥스공법 설비로 교체하게 되면 지구상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업체로 거듭날 수 있을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과 규제기준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친환경적 독자기술’의 확보는 향후 세계 철강시장에서 기술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로열티를 받는 한국철강기술 역수출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향후 10년내에 중국, 인도, 동남아 지역 등 유망한 해외지역을 대상으로 파이넥스공법을 적용한1000만t 규모의 생산기지를 세우면 조강생산 4200만t으로 급성장, 생산 규모면에서도 세계 최고기업과 어깨를 나란히할 전망이다.

◇공격경영 본궤도 올랐다=이번 파이넥스공법 설비투자를 계기로 그간 보수적 투자 모습을 보였던 포스코의 경영에도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파이넥스공법 1호기 투자를 시작으로 오는 2008년까지 총 4조4000억원을 투자해 조강생산 능력을 32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2008년까지 계획된 총투자비 13조5000억원의 30% 이상이 투자될 전망이다.

포스코가 국내 조강 3200만t 체제를 갖추게 되면 현재의 슬래브 및 열연제품의 공급 부족 현상을 상당부분 완화해 조선, 자동차 등 국내 수요업계의 철강재 수급난을 대폭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포스코는 2007년 준공을 목표로 코크스공장, 전기강판공장 증설계획도 이미 확정했다.

2008년까지 총투자비 13조5000억원의 80%인 10조7000억원을 국내에 단계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총 10조7000억원의 국내 투자는 철강산업에서 2만여명, 철강외 산업에서 간접적으로 5만여명 등 연인원 7만여명의 고용유발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 파이넥스 공법이란…

포스코가 지난 92년 개발에 착수한 파이넥스공법은 전세계 조강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용광로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용융환원 제철법 중 하나다.

파이넥스공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전 가공 공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철광석과 유연탄을 1차 가공하거나 덩어리 형태의 원료를 사용하는 용광로공법이나 코렉스공법보다 진일보한 기술이다.


지름 8㎜ 이하인 가루 형태의 철광석은 전세계 생산량의 80%가 넘고 덩어리 형태보다 가격이 20% 이상 저렴하다. 또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바로 사용하면 이를 덩어리로 만드는 1차 가공(코크스) 단계가 생략되기 때문에 투자비는 용광로의 92% 수준, 제조원가는 83%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이와 함께 파이넥스공법은 배출되는 황산화물이 용광로의 8%, 질소산화물은 4% 수준에 그치는 등 공해물질의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어 환경 친화적인 미래형 제철공정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 newsleader@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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