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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배당사냥 시작됐다


외국인투자가들의 ‘배당 사냥’이 시작됐다.

한국증시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 증시에 비해 저평가돼 ‘헐값’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데다 상장법인들의 올 상반기 순이익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연말 화려한 ‘배당잔치’가 예상되면서 이를 겨냥한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들도 향후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잉여 현금의 용도를 설비투자보다 배당 등의 주주이익 환원 쪽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고배당성향 주식 집중 매집=외국인투자가들은 지난 7월 이후 포스코와 한국전력공사, 현대자동차 등 배당성향이 높은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지난달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21개 종목의 배당성향을 분석한 결과 평균 30.79%에 달했다. 이와함께 외국인들이 손을 대는 종목들이 대부분 주가가 상승, 평가차익도 기대돼 ‘꿩 먹고 알 먹는 셈’이 되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7∼8월이 12월 결산법인의 상반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전반적인 한해의 영업실적에 대한 윤곽이 나오는 시기고 배당시점을 4개월 정도 앞둔 때여서 외국인들이 현 시점을 배당투자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 상반기 상장법인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89%나 증가, 하반기 이익 둔화 우려를 고려해도 배당수익은 전년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최일호 애널리스트는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대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통상 하반기 들면서 외국인들이 배당관련주를 꾸준히 매수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배당수익 갈수록 늘듯=외국인들은 최근 12월 결산법인의 중간배당에서도 총 1조3300억원 가운데 3분의 2에 가까운 8500억원 가량을 챙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경우 배당금만으로도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고배당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투증권 최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배당지급액 추이를 볼때 외국인들이 가져가는 배당금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도 상반기 기업들의 실적 증가를 감안하면 하반기 실적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도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기업들이 풍부한 유동성에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어 배당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나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을 외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로 배당 메리트 부각=최근에는 외국인 이외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은 배당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실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져 지난 3월 4200억원선에 불과하던 배당펀드 수탁고가 7월 말 7000억원, 지난 16일 현재는 75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가 반등하면서 배당에 대한 매력도가 다소 희석됐으나 콜금리 인하에 이어 시중은행들도 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어 배당주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증권 이영호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3%대인 점을 감안하면 예상배당수익률이 이보다 높은 종목에 대해 배당투자 매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들 종목에 대한 중장기적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애널리스트도 “국내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안고 있지만 배당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의 2∼3배에 달할 만큼 배당매력이 높은 종목도 많다”면서 “금리 인하라는 모멘텀도 살아있어 전략적인 시각에서 배당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용어해설

◇배당성향이란=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 비율로 높으면 높을수록 배당금 지급비율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배당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