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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연안-죽어가는 바다]오염관리 시스템 부실,부처 의견조율도 문제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8 11:46

수정 2014.11.07 15:08


무분별한 해안가와 연안 난개발은 결국 지가 상승뿐 아니라 바다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바다 황폐화의 주범은 생활하수·산업폐수·축산분뇨 및 선박 등의 기름 유출이다.

바다 황폐화는 단순히 환경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어족자원이 점차 사라지면서 어민들이 생업을 버리고 내륙으로 이주하게 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고스란히 국민세금에서 나가야 되는 돈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바다의 황폐화를 막아야 할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환경부가 명확한 업무 분장을 하지 못한 채 삐걱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다를 책임지고 있는 해양수산부가 관련 법률을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바다의 황폐화에 따른 각종 규제와 복원대책 및 예산을 환경부가 모조리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바다를 직접 관장하는 해양부가 가지고 있는 법률은 선박사고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해양오염방지법이 고작이다.

반면 환경부는 생활하수를 규제하는 하수도법, 산업폐수를 단속할 수 있는 수질환경보전법과 함께 축산으로 인한 오염단속 권한인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에 관한 법률 등을 쥐고 있다.

해양부 관계자는 18일 “각종 권한과 법률이 환경부에 집중되다보니 현장조사·규제·시설 등을 할 수 없다”며 “국무총리실 산하 수질개선기획단에서 이 문제를 협의한 지 벌써 2년이나 됐으나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해양부는 현재 환경부가 관할하고 있는 수질환경보전법은 ‘해양’이 아닌 ‘하천’의 수질개선을 목표로 한 것으로 육상기인오염원의 해안배출에 대해서는 목표설정→배출기준설정→측정→개선사업이라는 기존의 환경관리시스템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육상기인오염물질의 해안배출관리법의 제정을 추진했으나 환경부의 반발로 입법이 무산됐다고 소개했다.

이를 뒤집어 보면 하천만 관리해야 할 환경부가 바다까지 관장하게 되는 모순과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와관련, 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이 비정부조직기구(NGO)등과 연대해 각종 환경보호 관련규제를 잔뜩 만들어 놓았으나 실효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환경보호는) 법 이전에 국민양식의 문제지 규제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환경부가 그 많은 법을 만들어 놓았지만 현재 우리 주변환경이 이를 수용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까지 했다.

해양부 입장에서 볼 때 환경부의 과도한 업무욕심이 화를 자초한 것으로 관련법 입법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는 해양부와 환경부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결국 해양환경 오염을 부추긴 결과가 된 것이다.

해양부가 지난 17일 해양생태계와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하기 위해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 입법예고했을 때도 “환경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며 해양부 관계자는 덧붙였다.

해양부는 바다생태계 보호·복원을 위해 관련법 제정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어서 환경부와 또다른 충돌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해양부가 다른 것도 아닌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꽃게, 잘피(바다식물의 일종으로 주로 남해안에 서식한다), 조기, 갈치 등을 보호하기 위해 해양동식물의 주요 서식지와 산란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특별관리에 나서겠다는 것인데 환경부가 지나치게 대응하는 인상이 짙다”고 꼬집었다.

◇사회적 비용 증가 예상=국내 어민 숫자는 대략 3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계속된 난개발과 어장 황폐화로 인해 잡을 물고기가 사라지면서 어민 수는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어족 자원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환경의 변화, 이를테면 급격한 수온상승으로 인한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보다는 육상에서 밀려오는 해양환경 오염물질로 인해 피해가 더 크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어민들의 육상이주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된다면 국가적 입장에서 볼 때 바다환경을 살리는 비용에다 육상 이주 어민들의 생계를 보전해줘야 하는 이중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같은 사회적 비용상승은 곧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이어지게 된다.

해양생태계 학자인 김모 박사는 “어설픈 환경정책으로 바다가 죽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다와 해양생태계 비전문집단인 환경부가 바다환경을 관장하고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국가전체 환경은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다”며 “각 부문에 관해 전문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우려나 해양부의 반응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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