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중심사회 만들자]이희범 산자부장관,산학협력대학 5년간 40억씩 지원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9 11:46

수정 2014.11.07 15:06


이공계 출신 기술인력은 1960∼90년대로 이어지는 숨가쁜 경제성장의 가도(街道)에서 늘 핵심 위치에 있었다. 신(新)성장동력을 통해 국민소득 2만달러 진입에 매진해야 할 21세기에도 그 역할이 결코 폄훼되거나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점은 경제주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터이다.

하지만 이공계 기피로 인한 고급인력의 고갈 우려, 산업기술인력의 양적·질적 불균형 현상 등은 향후 이같은 시계(視界)를 매우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정부부처에서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가장 깊이 인식하고 있는 각료로 꼽힌다. 파이낸셜뉴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이장관을 만나 이공계 위기의 원인과 해법은 무엇인지 들어봤다.<편집자주>
-이공계의 위기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원인이 무엇인가.

▲서울산업대 총장으로 8개월간 재직하면서 이공계 인력 문제의 원인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것은 양적, 질적인 불일치에서 파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적인 부문에서는 수요는 있지만 공급측면에서 유연성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이공계 대학이 교수위주의 연구 중심대학을 표방하면서 대학교수들이 공급을 결정하는 경직된 구조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질적인 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족할만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수요자인 산업계의 이공계 교육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대기업에서 “인성교육이라도 제대로 해달라”고 말할 정도다. 전경련에 따르면 산업계는 재교육 투자에 연간 2조8000억원이나 쓰고 있다.

-이공계 교육이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무엇보다 우수 인재가 이공계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적 요인과 미래를 밝게 볼 수 없다는 점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주요 대기업의 대졸 초임연봉을 보면 금융은 3052만원인데 비해 전기�^전자는 2300만원에 불과하다. 이공계 기술인력이 상위직급으로 올라가기 어렵거나 경영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정부나 산업계의 이공계 교육에 대한 투자부족도 빼놓을 수 없다고 본다. 이런 요인은 모두 결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올해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한, 중, 일, 싱가포르 4개국 학력수준 비교에서 우리나라는 수학, 물리, 화학과목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앞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지표에서도 대학교육 경쟁력이 비슷한 수준을 면치 못했다.

-수급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교육 혁신 방안이 시급한데.

▲정부는 공학교육인증원의 공학교육인증제도를 통해 대학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혁신을 이끌어 내고 창의성과 실무능력을 지닌 인재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산학협력교육의 활성화를 통해 이론과 학문중심에서 현장과 실무중심으로 교육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경북대와 만도기계가 ‘만도 Track’를 비롯, 산업기술대학이 ‘가족회사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효과가 아주 좋다. 앞으로 13개의 산학협력중심대학에 대해서는 산업계 출신 교수임용 확대 등 12개의 산학협력제도 도입을 의무화할 것이다. 이들 대학에는 5년간 각 40억원씩이 지원된다. 이론 중심의 교육을 현장중심으로 바꾸는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에 해당하는데 몇년 후에는 대학의 모습이 ‘환골탈태’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현장실습학점제도, 최고경영자(CEO) 공학교육지원, 창의적 종합설계(Capstone-Design) 등 산학협력교육모델도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겠다. 소요 예산은 올해 276억이지만 앞으로 계속 늘려갈 것이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기술직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해결방안은.

▲이공계 취업률은 48%로 전체의 52%보다 낮다. 앞으로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이공계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교육을 연내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추경예산으로 150억원을 지원받은 상태다. 이공계 취업 확대의 가장 빠른 지름길은 결국 산업체 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창업지원법을 바꿔 실업률 해소까지 꾀하겠다. 창업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절차도 개선해 신속한 창업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창업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및 컨설팅 지원도 확대하고 대학을 청년창업의 산실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공계 인력난의 ‘명약’은 결국 창업촉진에 있다고 본다.

-이공계 대학 및 재학생, 산업체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들에게는 이공계를 선택하는 게 20∼30년후 현명한 투자가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21세기는 ‘지식기반경제시대’다. 결국 지식과 기술로 무장한 혁신지향적 인재가 국부창출과 국가경쟁력을 맡을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공계 혁신에 대해 분명한 의지를 갖고 고삐를 죌 생각이다. 성공한 이공계 CEO를 모델로 삼아 세계 각국의 이공계 학생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주길 바란다.
대학도 산학협력체제로 탈바꿈해 사회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우고 인력양성의 수익자인 산업계 역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담=송계신 정치경제부장
/정리= l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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