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경제혼란 부추기는 언론/이성재기자

이성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19 11:46

수정 2014.11.07 15:06


“언론이 되레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수급에 별 문제가 없는데….”(진로 관계자의 말)

“방송과 신문을 보면 곧 파업이 일어날 것 같은데 미리 조금이라도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자영업자)

지난 12,13일 진로노조는 대의원 대회를 갖고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결과는 1420명(96.9%)의 앞도적인 찬성이었다. 노조는 우선 준법 투쟁에 들어간 후 19일 사측과의 협상을 재개했다.

이런 결정이 난 후 각 언론들은 일제히 노조와 사측, 법원의 심판 등 근본적인 문제보다 ‘소주대란’ ‘품귀 현상 심화’ 등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인 보도를 했다.

물론 전체 시장의 56%를 차지하는 진로가 전면파업에 들어가면 공급 물량이 달려 소주품귀현상이 일어나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아직 협상 단계고 정확히 결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미래를 예단하는 듯한 언론의 보도는 문제를 더욱 확대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몰지각한 일부 시민들은 각 할인점을 통해 물량 확보에 나서 방송과 신문이 사재기를 앞장서 부추기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얼마 전 일어난 불량만두사태다. 두 사태 모두 언론의 따라쓰기�^무분별한 보도가 빚어낸 결과다.

‘쓰레기만두’라는 극적인 표현으로 언론의 집중포격을 맞은 만두업계는 풍비박산이 났다.

마치 모두 불량만두인양 도매금으로 매도해 만두업계는 폐업의 위기에 처해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론은 더 이상 현상만 좇아가는 ‘하루살이 보도’를 그만두고 자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싶다.

물론 뉴스라는 속성을 지닌 언론의 특성을 십분 이해한다.
눈에 보이는 상황에만 급급하지 말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차후 일어날 수 있는 결과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언론의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 shower@fnnews.com 이성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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